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초읽기’…정유업계, 실적반등·수요위축 ‘기대반 우려반’

시간 입력 2024-04-11 07:00:00 시간 수정 2024-04-09 17: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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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90달러 돌파…5개월만에 최고치 경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공급 우려 여파 유가 상승세
올 여름 95달러~100달러 돌파 전망 잇따라
정유업계 1분기 실적 기대감↑…고유가 지속, 수요 위축 우려도

중동 정세 악화와 공급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9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올 여름 100달러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제마진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모습이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 대에 머물렀던 국제 유가가 이달 들어 90달러를 돌파하며 5개월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북해 브렌트유 6월물은 전날 대비 0.57% 상승한 배럴당 91.1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도 같은 날 0.36% 오른 배럴당 86.91달러에 거래됐다. 연초와 비교하면 브렌트유와 WTI는 각각 18, 21%씩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이처럼 급등한 배경으로는 중동발 지장학적 리스크와 공급 불안이 꼽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반 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면서 국제유가는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그나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군 대부분을 철수하고, 하마스와 휴전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8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0.9% 하락한 90.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주 지역 주요 원유 공급국인 멕시코가 석유 수출을 줄이면서 추가적으로 공급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멕시코는 지난달 자국 내 값비싼 연료 수입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원유 수출량을 35% 감축했다. 이는 201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멕시코 국영석유회사인 페멕스가 외국 정유사와 맺은 공급계약 일부를 취소하면서 멕시코 석유 수출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의 감산 정책 연장, 여름철 미국 ‘드라이빙 시즌’으로 인한 수요 증가 등도 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 여름 유가가 95달러에서 100달러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여름 지정학적 긴장과 OPEC 감산 등으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95달러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체이스는 브렌트유가 오는 8~9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사진제공=에쓰오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상 유가 상승은 정유사의 호재로 풀이된다. 정유사의 원유 매입과 석유제품 출고 사이에는 30~40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유가가 오르면 기존에 사들인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상승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4505억원이다. 직전 분기 영업손실 1675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에쓰오일 역시 1분기 49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전분기(-546억원) 대비 흑자전환 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유가 구조가 장기화 될 경우에는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오히려 정제마진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서 원가·수송비 등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으로 1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고유가 상황은 단기적으로는 정유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실적을 견인하는 것은 정제마진”이라 면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석유제품 수요가 줄기 때문에 마냥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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