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만기 카드채 규모만 22조원…금리변동에 카드사 이자 부담 ‘천정부지’

시간 입력 2024-03-29 07:00:00 시간 수정 2024-03-28 17: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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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기 도래 카드채 22조5500억 규모
전체 59%는 금리 인상 전 물량…비용 부담↑

카드사들이 연내 갚아야 할 카드채 규모가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의 절반 이상은 금리 인상 전 발행한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리 상승에 따라 신규발행 채권과 만기도래 채권간의 금리 격차가 커진 만큼, 차환 발행 시 카드사들의 비욤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올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는 22조5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당장 이달 안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만 해도 1400억원 수준이다.

올해 만기 도래 예정 카드채 물량을 월별로 살펴보면 △4월 2조2300억원 △5월 2조1050억원 △6월2조4800억원 △7월 2조8800억원 △8월 3조7400억원 △9월 1조8600억원 △10월 2조8650억원 △11월 2조7750억원 △12월 2조1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대부분이 저금리 시절 발행한 장기 카드채라는 점이다. 금리가 급등하기 이전인 2021년 연말까지 발행된 카드채는 13조3300억원 규모다. 이는 전체의 59.11%로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카드채가 포함돼 있는 금융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3.752%에 달한다. 반면 2021년 말까지 발행된 카드채의 표면이율은 평균 연 1.97%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차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카드사들은 조달금리를 2%포인트(p) 가량을 더 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카드채 금리가 오른 데는 기준금리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1년 하반기 이후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국내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카드채의 신규발행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2021년 1분기 신규발행된 채권의 표면금리를 발행금액 기준으로 계산한 가중평균 기준 1.5%까지 하락했던 카드채 금리는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2022년 4분기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등으로 자금시장 불안이 나타나면서 평균 조달금리는 6.1%까지 상승했다.

카드사들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카드채 만기가 도래했을 때 주로 차환 발행에 나서게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규발행 채권과 만기도래 채권간 금리 격차가 큰 상황에서 차환 발행을 하게 될 경우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곧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만기 도래하는 채권에 대해 실질적으로 차환 발행을 해야 하는데, 카드사들은 이전에 발행했던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로 차환 발행을 하게 된다”며 “이 경우 천억 단위의 이자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비용 증가에 따라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카드채 발행금리가 4%대로 낮아지긴 했으나, 이 역시 과거 낮게 발행됐던 카드채의 평균 조달금리와 비교할 경우 높은 수준”이라며 “2023년 이후 만기 도래가 예정된 카드채의 평균 조달금리를 살펴보면 2026년까지 약 2% 후반에서 3% 초반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3분기 기준 신용카드사들의 신규발행 평균금리(4.4%)는 2023년(2.6%)과 2024년(2.9%) 만기도래 채권의 평균금리 대비 각각 1.8%p, 1.5%p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신용카드사들의 조달비용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카드사들은 기존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이나 장기차입금 등에 국한돼 있던 자금조달원에 대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카드는 최근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 최초로 공모방식을 통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발행금액은 최대 2500억원 이내이며, 발행금리는 수요예측일 기준 5년물 국고채 금리에 적정 스프레드를 가산해 결정된다. 발행 만기는 최초 30년이며, 발행사의 결정에 따라 5년 후에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하거나 30년 단위로 만기 연장도 가능하다. KB국민카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대해 3월 마지막 주께 증권신고서 제출 및 수요예측 등 절차를 진행하고, 4월 초 발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서 교수는 “장기로 채권을 발행해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은 발행금리가 낮고, 장기로 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카드사들도 신존자본증권 등과 같이 조달 창구를 넓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 정도 조달 환경이 어려워 절대적인 물량확보에 힘써왔던 상황”이라며 “지금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들의 발행환경과 지금은 금리 환경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조달 코스트도 물론 부담되지만,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이라 보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드사 차원에서도 만기 시점을 다양하게 분산하는 등 만기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주력하며 향후 해외조달 등 조달수단도 다양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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