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갈등 결국 ‘무승부’…배당은 ‘최’- 정관변경은 ‘장’ 승리

시간 입력 2024-03-19 15:41:13 시간 수정 2024-03-19 15: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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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참석률 90.32%로 주주 관심↑
주총장 외 별도의 공간 처음으로 마련
배당 원안 승인…정관 변경안은 부결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박대한 기자>

고려아연 제50기 정기주주총회가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간 ‘표 대결’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올해 고려아연 주총의 최대 관전 포인트였던 ‘배당’과 ‘정관 변경’건과 관련해서는 고려아연의 배당안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6층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주총은 입구에서부터 삼엄한 경비가 이중으로 배치돼 있었다. 이들을 넘어서야 주주임을 확인받을 수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 6층에 올라가야 비로소 주총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고려아연은 별관 6층의 주총장에서 수용할 수 없는 주주들을 고려해 올해 처음으로 1층에도 여분 공간을 조성했다. 고려아연은 예상보다 많은 주주가 방문할 경우를 대비해 여분 공간에서 현장중계를 진행했다.

실제로 많은 주주들이 참석했지만 일부 주주들은 주총을 보다가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특히 주총 시작 시간인 9시보다 45분 늦게 행사가 진행되면서 주총이 길어졌다.

주총이 예정보다 늦어진 이유는 고려아연의 주총 안건에 대한 검표가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들의 표를 철저하게 세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주총은 평균 주총 참석률보다 높은 90.32%를 기록하며 성황을 이뤘다. 의장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맡았고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최 회장과 장 고문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 씨 일가와 장 씨 일가의 지분율은 특수관계인, 우호 지분 등을 모두 합쳤을 때, 각각 33%, 32%로 박빙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포함한 고려아연의 일반 주주의 표가 어느쪽으로 쏠릴지 이목이 집중됐다.

핵심 안건 중 하나인 배당에서는 고려아연이 웃었다. 고려아연이 최초 상정한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제1호 의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날 참석 주주의 62.74%가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원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캐스팅보트’로 관심을 받은 국민연금도 고려아연의 배당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영풍은 앞서 주당 5000원의 결산배당금을 1만원으로 배당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해당 제안이 승인되면 고려아연의 주주환원율이 96%를 넘어서면서 과도한 배당으로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었다. 고려아연 측은 “주주환원율이 76%를 넘는 상황에서 회사측 원안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영풍빌딩. <사진=박대한 기자>

그러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변경하는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영풍이 부결을 주도했다. ‘특별 결의’ 사항인 정관 변경안은 참석 주주의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고려아연측은 참석 주주의 53.02%의 찬성표를 모으는데 그쳐 부결됐다.

영풍은 정관 변경건과 관련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하기 위한 방안이고 정관은 회사별로 차이가 존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려아연은 앞서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 법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체 주식의 약 10%를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지분을 외부에 넘긴 바 있다. 이에 대해, 영풍측은 고려아연의 16% 상당의 지분 가치를 희석했다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사측의 뜻대로 정관을 변경하면 무차별적이고 대대적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해져 기존 주주의 심각한 주주권 훼손이 우려된다”며 “정관 변경을 하지 않고도 기존 주주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신주 발행을 하는 방법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 진영이 정관 변경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고려아연과 영풍간 갈등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려아연은 정관 변경안에 대해 강력하게 추진해 나겠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측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며 “올해 주총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정한 원안들이 대부분 통과되면서 미래 신사업과 경영방침, 주주환원 노력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 주총은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등의 안건에 대해서도 원안대로 승인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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