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쟁의 찬반투표 돌입…‘반도체 대전’속 역대 첫 파업 가나

시간 입력 2024-03-19 07:00:00 시간 수정 2024-03-18 23: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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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 요청 18일 마지막 대화도 끝내 결렬…노조, 파업 돌입 선언
다음달 5일까지 찬반 투표…조합원 과반 찬성 시 즉각 투쟁 가능
전삼노 “조합원 찬성률 80% 얻어 쟁의 이끌겠다”
이재용 이태원 자택·서초사옥 등서 트럭·현수막 시위 진행키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9차례에 걸쳐 진행된 임금 협상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세 차례 조정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삼성 노사가 마지막 대화에서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단체 행동을 위한 찬반 투표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파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 노조 사무실에서 최종 대화를 벌였으나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날 노사 대화는 노조의 파업 돌입 여부를 가를 마지막 기회였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세 차례에 걸친 중노위 조정에도 불구하고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중노위는 이달 14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전삼노는 합법적으로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중노위 중재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삼성전자의 첫 파업은 가시화하는 듯했다. 다만 전삼노는 파업 준비와 별개로 사측과 한번 더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극적인 교섭 타결 가능성을 열어 뒀다.

당시 전삼노 관계자는 “사측의 요청에 따라 18일 마지막 대화를 진행한다”며 “대화 결과에 따라 임금 협상 교섭이 체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그러나 막판 극적인 타결은 없었다. 삼성 노사는 이날 마지막 대화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사측은 이날 노조측에 최종 제시안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시안에는 △임금 인상률 5.1% △고정 시간 외 수당 기준 시간 17.7시간→16.5시간 축소 △장기 근속 휴가 10·20·30년 각 10일 및 40년 8일 등이 담겼다.

특히 올해 임금 협상 교섭의 핵심 사안이었던 임금 인상률이 크게 늘었다. 사측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7차 교섭에서 2.8%의 임금 기본 인상률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 8.1%에는 못 미치나, 사측이 고수했던 2.8%에 비해선 2.3%p나 개선된 셈이다.

그러나 성과급 제도 개선, 재충전 휴가 도입 등에서 입장이 엇갈리면서 삼성전자 노사는 최종 대화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 대상 쟁의 행위 찬반 투표 독려 안내문.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이날 대화가 종료된 직후 노조는 쟁의 행위 돌입을 선언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사측과의 마지막 대화에서 사측이 성과급 제도 개선 및 재충전 휴가 도입을 거절했다”며 “노조는 쟁의 상황에 돌입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 이후 사측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한 차례 더 대화를 이어 갔으나 사측은 여전히 납득할 만한 제시안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노조는 지난해와 병합해 진행한 올해 임금 협상 교섭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사측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종 노사 회의까지 결렬되면서, 전삼노는 이날 오후 5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50%가 넘으면 전삼노는 즉시 파업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전삼노는 과반의 찬성표에 만족하지 않고, 찬성률 80% 이상을 얻어 투쟁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다수 조합원들의 지지를 토대로 쟁의 행위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전삼노는 온라인 홍보물 및 전국 사업장 홍보 선전을 통해 조합원 투표 독려에 나서기로 했다. 찬반 투표는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된다.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면 1969년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없었던 삼성전자의 파업이 현실화한다.

전삼노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생산 부문에서 큰 타격이 우려된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1532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고용 규모인 12만4804명의 17.3%에 달한다.

삼성은 전삼노의 파업 리스크에 큰 우려를 나타내는 모양새다. 전삼노 관계자는 이달 13일 세 번째 조정회의 후 진행한 유튜브에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0%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전삼노에 가입했다”며 “이에 사측도 (전삼노를) 쉬이 보지 못하는 눈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2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근로 조건 및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행동에도 나선다. 전삼노는 전광판을 단 홍보 트럭 2대를 포함해 현수막, 대자보, 피켓 등을 삼성전자 사초사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서울 용산구 이태원 자택 앞, 신라호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이 있는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등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삼노가 파업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삼성 파업 현실화에 따른 피해를 심히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중단될 경우 재가동하기까지 수주의 시일이 소요되고 내부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 전 공정을 다시 수행하는 데 따른 비용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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