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확보 ‘표 대결’ 가나…“국민연금, 누구 손 들어줄까”

시간 입력 2024-03-18 16:32:46 시간 수정 2024-03-18 16: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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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변경안·배당안 등에서 엇박자
ISS·글래스루이스 등 배당안에 ‘찬성’ 권고 고려아연 ‘일반투자→단순투자’ 변경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표 대결까지 우려되고 있다. 70년 이상 ‘한 지붕 두 가족’ 사이를 유지했던 최 씨 일가와 장 씨 일가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각자의 입장은 더욱 분명해졌다. 두 집안이 고려아연 지분율을 엇비슷하게 확보한 가운데, 약 7.5%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 씨 일가와 장 씨 일가의 지분율이 특수관계인, 우호 지분 등을 모두 합쳤을 때, 각각 33%, 32%로 근소한 차이로 최 씨 일가가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두 집안은 정관 변경안과 배당안 등 두 안건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 씨 일가는 제3자 유상증자 대상을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내놓았다. 기존 정관에 따르면 신주 발행 대상이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됐지만 변경안이 승인되면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가 가능해진다.

고려아연이 제3자 증사의 대상을 확대하게 된다면 자금조달의 선택지를 늘릴 수 있게 된다. 고려아연은 급변하고 있는 산업구조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30년을 목표로 트로이카 드라이브(T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이차전지·자원순환 등 3개 사업을 육성해 오는 2033년 매출 12조2000억원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고려아연은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10년간 11조9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기간에 적기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확보해두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고려아연 ‘인터배터리 2024’ 전시관 조감도. <사진=고려아연>

이에 대해 장 씨 일가인 영풍은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이유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정관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1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영풍은 배당안에 대해서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주당 1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 주당 5000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분이 비슷한 두 집안은 정관 변경에서 장 씨 일가가, 배당에서 최 회장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배당은 일반 결의 사항으로 분류된다. 특별 결의 사항은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반면, 일반 경의 사항은 주주 과반, 발행 주식 4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으면 승인된다.

고려아연의 32% 지분을 보유한 장 씨 집안이 반대표를 던지면 정관 변경은 원안이 부결될지 몰라도 배당은 원안이 승인될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도 배당에 대해서는 원안에 동조했다. ISS는 정관 변경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으나 배당은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정관 변경, 배당 모두 찬성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배당 확대 주장이 고려아연 주주가 아닌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영풍 경영진들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두 집안의 입장 차이가 벌어지면서 고려아연 지분 7.49%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표결에 따라 상황이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두 집안의 갈등에서 한 발 떨어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목적’에서 ‘단순투자목적’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2021년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목적에서 일반투자목적으로 변경한 지 2년 4개월만이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는 배당 등의 중점관리사안에 대해 비공개대화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이 기간동안 국민연금은 비공개대화를 진행하는 기업의 입장표명과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 및 정보를 요청한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에 대해 우려가 없을 때, 일반투자목적을 단순투자목적으로 변경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목적이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할 때 우려가 해소됐을 경우나 중점관리사안이 1년에서 2년 이상 발생하지 않을 때 내려가는 경우 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운용 지침상 주총 후 14일 이내에 사후적으로 의결권 행사내역을 수시공시하도록 명시돼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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