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해법은] ④‘정면 돌파’ 나선 현대차…하반기 ‘전동화 대전환’ 속도 낸다

시간 입력 2023-07-20 07:00:01 시간 수정 2023-07-20 10: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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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 추진
2세대 전기차 플랫폼…‘규모의 경제’ 실현
전기차 신공장 건설 병행…생산 역량 확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가격 경쟁력↑

현대차 양재 본사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양재 본사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올해 상반기 시장의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자동차 업황 회복에 힘입어 내수와 미국·유럽에서 고수익 차종인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린 덕분이다. 현대차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유례없는 실적 부진을 겪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상장사 반기 영업이익 1위 등극이 유력하다.

하지만 남은 하반기 현대차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 환경은 절대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해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과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 특성상 실적 질주를 위해서는 고환율로 인한 환차익 효과가 중요한 만큼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진 점도 현대차로서는 경영 활동의 부담 요인이다.

글로벌 복합 위기에 직면한 현대차는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을 촉발한 전기차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 등 강력한 경쟁사를 추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내연기관 시대의 후발주자였던 현대차는 전동화 대전환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자 입지를 굳히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점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GMP 다음은 IMA…전기차 ‘규모의 경제’ 실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사진제공=현대자동차>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2023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를 처음 공개했다. 그동안 내연기관차를 생산해 판매하며 쌓아온 기술 역량과 사업 노하우 등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이 전략의 핵심이다. 현대 모터 웨이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도입, 전기차 생산 역량 강화, 배터리 역량 고도화·전 영역 밸류체인 구축 추진 등 세 가지 전략으로 요약된다.

먼저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IMA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IMA를 통한 차세대 차량 개발 체계는 현행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중심 개발 체계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현대차는 IMA 기반의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E-GMP 중심 개발 체계는 같은 플랫폼을 쓰는 차종끼리만 부품 공용화가 가능하고 공용 플랫폼 부품이 23개 수준이지만, IMA를 통한 차세대 개발 체계에서는 전 차급 구분 없이 86개의 공용 모듈 시스템의 조합을 통해 차종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GMP 기반의 아이오닉5와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한 파생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은 현재 모듈 호환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IMA가 도입되면 모터와 배터리뿐 아니라 인버터, 자율주행 등 전략 모듈 13개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IMA 기반의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는 5세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고효율·고출력 모터 시스템 등 PE(Power Electric) 시스템이 탑재된다. 또 각형 NCM 배터리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보조배터리를 활용한 주행 중 충·방전 기술 등이 적용된다.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실현을 위한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이 중요하다. 현대차는 개방형 운영체제(OS) 적용으로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고도화와 공간 탐색 원격 주차·출차 제어 기능 등을 구현할 예정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는 전동화와 미래 기술에 대해 어떠한 글로벌 회사보다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앞으로 전동화 톱 티어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 모터 웨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류 생산라인 전환·전기차 신공장 건설 ‘투 트랙’

현대차는 기존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혼류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규 공장 건설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한 생산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가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에 500억~1000억원 수준의 투자와 한 달간의 라인 변경 작업을 통해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의 핵심 생산기지로 탈바꿈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한국 외에도 미국·체코·인도 등에서 혼류 생산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 중이며, 향후 추가적인 라인 전환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은 공급망 관리와 지역 경제 생태계 유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 추진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내년 하반기 양산 개시를,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 양산 시작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공장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스마트 제조 신기술을 도입해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투 트랙 방식의 생산 역량 확대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생산 비중을 올해 8%에서 2026년 18%, 2030년 34%로 확대할 방침이다. 주요 지역별로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미국 내 현지 공장의 전기차 생산 비중을 올해 0.7%에서 2026년 37%, 2030년 75%로 확대한다. 유럽 공장은 올해 7%, 2026년 30%, 2030년 54%로, 한국 공장은 올해 14%, 2026년 24%, 2030년 36%로 전기차 생산 비중을 높인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가격 경쟁력 확보 목표

현대차는 현재 남양연구소 내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하고, 배터리 시스템·차세대 배터리 등 선행 개발을 포함한 기능별 전담 조직을 꾸린 상태다. 또한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SK온·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 분야에서는 미국 솔리드파워 등과 전고체 배터리 요소·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협업 중이며,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과는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튬·니켈 등 전동화에 필수적인 주요 소재 확보를 위해 다양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배터리 소재 수급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선보일 새 하이브리드차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와 수요 대응을 위해 배터리 셀 개발도 추진한다. 2025년 LFP 배터리를 전기차에 최초 적용하고 향후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탑재 모델을 늘릴 방침이다. 현대차는 최적의 전기차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배터리 관리 역량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예열·냉각 등 배터리 컨디셔닝 기술뿐만 아니라 배터리 관리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긴 수명과 주행거리, 안전성을 갖춘 전기차 구현을 추진한다. 현대차가 지난 13일 세계 최초로 공개한 ‘아이오닉5 N’에는 고성능 전기차에 특화된 열관리 제어 기술이 탑재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개년간 연평균 11조원 수준의 총 109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 47조4000억원, 설비투자(CAPEX) 47조1000억원, 전략투자 14조9000억원 등이다. 특히 전동화 관련 투자비는 35조8000억원으로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배터리 사업에 투자되는 9조5000억원은 전동화 관련 투자비에 포함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올해 33만대, 2026년 94만대, 2030년 20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앞으로도 미래 기술 투자를 비롯해 투자 전략, 수익 창출, 주주환원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기 패권 전쟁이 격화하면서 현대차도 체질 개선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자동차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필수 조건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전기차 점유율 확보인 만큼 전통 완성차 업체로서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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