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롯데' 명운 짊어진 호텔롯데, '악전고투' 10년

시간 입력 2022-04-08 07:00:07 시간 수정 2022-04-08 07: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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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연중기획] 한국 경제 주역, 500대 기업 심층분석/(124)호텔롯데
상장 무기한 연장으로 뉴롯데 미완
글로벌 면세 시장서 '훨훨'…美 호텔 M&A
사드→팬데믹 악재 딛고 재도약 노려

지난 10년간 호텔롯데는 악전고투를 벌였다. 대외적으로 변수가 많았던 탓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면세 사업으로는 글로벌 면세 사업자들을 제치고 지난 2016년 매출 세계 2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부동의 2위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상징하는 바가 큰 계열사다. 한·일 양국과 얽혀 있어 '뉴롯데'의 명운이 호텔롯데에 달렸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추진됐던 호텔롯데 상장은 6년째 '올스톱'이다.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숨을 크게 고른 호텔롯데는 IPO(기업공개)를 위해 다시 뛴다.

◇지배구조 취약…日 지배력 낮추려 IPO

"주주 구성이 다양해 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지난 2015년 신동빈 회장은 달라질 롯데를 약속하며 호텔롯데 상장을 언급했다. 당시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회장간 '형제 다툼'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그룹 전반이 위태로웠다. 신 회장은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를 꼽으며,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오랜 기간 따라 붙었다. 출자 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일본 계열사들 때문이다. 특히 호텔롯데는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해 L투자회사, 광윤사, 일본 패미리 등 일본 계열사가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가 지배하며, 신 회장도 약 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같은 지배구조는 호텔 사업 초기 상당한 자금이 소요됐기 때문이었다.

이후 호텔롯데가 승승장구하면서 배당을 하자 '국부 유출 창구'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롯데지주가 설립되고 신 회장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노력하면서 '뉴롯데'도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미완에 그쳤다.

◇'황금알 낳는 거위'…날개 단 글로벌 사업

지난 2012년 3조원 수준이던 호텔롯데 매출은 2015년 5조원으로 성장했다. 이듬해 6조원을 돌파했으며, 2019년 7조396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롯데면세점이 수익의 과반을 책임지는 구조다. 지난 2019년 한 해 영업이익이 3183억원이었는데, 롯데면세점이 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내 면세점 특허가 풀리면서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며 면세 시장은 호황기를 누렸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 진출(2012년), 괌 공항 면세사업권 획득(2013년), 인도네시아 시내면세점·일본 간사이 공항점(2014년), 동경 긴자점(2016년), 베트남 다낭공항점·태국 방콕시내점(2017년), 베트남 나트랑공항점·호주 JR듀티프리 인수(2018년),베트남 하노이공항점(2019년) 등 적극적으로 외형을 확장하면서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매출 톱3' 면세점으로 부상했다.

롯데호텔은 M&A(인수합병)에 적극 뛰어들었다. 지난 2015년 뉴욕 팰리스호텔을 9433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020년까지 5년간 유통업계 M&A 가운데 뉴욕 팰리스호텔 인수가를 뛰어넘는 딜은 나오지 않았다.

뉴욕 팰리스호텔이 상징적인 이유는 미국 진출의 초석이 됐단 점이다. 국내 브랜드 호텔 가운데 뉴욕에 진출한 첫 사례로, 2015년 객실 909실 규모의 5성급 호텔로 리브랜딩 오픈했다.

작년 말 기준 롯데호텔은 △총 2개의 프리미엄 랜드마크 호텔(시그니엘서울, 시그니엘 부산) △총 16개의 5성급 특급호텔(롯데호텔 서울, 롯데호텔 월드, (주)부산롯데호텔(경영지도계약),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울산, 롯데호텔 모스크바, 롯데호텔 사이공, 롯데호텔 괌,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뉴욕팰리스,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 롯데호텔 양곤, 롯데아라이리조트,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롯데호텔 사마라, 롯데호텔 시애틀) △총 8개의 4성급 비즈니스호텔 (롯데시티호텔 마포,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 롯데시티호텔 제주, 롯데시티호텔 대전, 롯데시티호텔 구로, 롯데시티호텔 울산, 롯데시티호텔 명동,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팰리스) △총 3개의 라이프스타일호텔(L7 명동, L7 강남, L7 홍대)을 보유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12층 단체데스크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 모습.사진=롯데면세점

◇2년간 숨고르기…면세점·호텔 "다시 뛴다"

지난 2016년 6월 호텔롯데는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총수를 정조준한 검찰 조사로 진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산되기 전 호텔롯데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희망가는 총 4조676억~5조2640억원으로, '최대어'로 평가됐다.

이후에도 비운은 잇따랐다. 2017년 중국고고도미사일(THAAD·사드) 사태로 시장 분위기가 침체됐고, 그해 호텔롯데는 8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년 만에 손실을 털어내고 빠르게 회복했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졌다.

지난 2020년에 이어 작년에도 26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작년 매출은 4조5967억원으로, 지난 2014년 수준(4조7165억원)이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롯데면세점과 롯데호텔은 올해를 재도약기로 정했다.

신년사에서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는 "현재의 위기를 변화해야 하는 시대의 요구로 받아들이고 5년, 10년 뒤 바뀐 세상에서 롯데면세점이 어떠한 회사가 될 것인지 진정성 있는 고민과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롯데면세점은 트래블 리테일(Travel Retail) 기업으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면세점 사업을 띄우는 한편, 직소싱몰도 오픈했다. 또, 작년 김해·김포 공항 면세점 운영권도 획득해 업황 정상화를 대비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2020년 롯데호텔 시애틀을 오픈했으며, 최근에는 시카고에 위치한 킴튼 호텔 모나코를 인수했다. 해당 호텔은 내년 'L7' 간판을 달고 오픈할 예정이다.

러시아 소치에선 국내 호텔 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호텔 운영 계약도 따냈다. 현지 건설회사 메트로폴리스 그룹과 호텔 운영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호텔 운영은 오는 2025년 본격화된다. 롯데호텔은 이미 롯데호텔 모스크바,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롯데호텔 사마라 등 4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호텔 소치는 5성급 호텔로 선보일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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