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차석용 조력자로 '美 전문가' 선택 이유

시간 입력 2021-11-29 07:00:08 시간 수정 2021-11-28 09: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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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부사장급 임원 중 이창엽 미주사업총괄 내정
작년부터 미국 사업 급부상…글로벌 내에서 중국 다음
'칠순' 차석용 부회장 총괄 아래 이창엽 부사장이 보좌

▲ⓒ(좌)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우)이창엽 COO. <사진제공=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조력자'로 미국사업을 총괄해온 이창엽 부사장이 내정됐다. 중국 다음 주력 시장으로 '북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COO' 직책을 신설하면서 차기 경영자 육성을 시작한 것이 아이냐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5일 임원인사에서 이창엽 부사장을 COO으로 낙점했다. 'COO'는 기존 LG생활건강에 없던 자리다.

LG생활건강 내에서 부사장급은 이창엽 부사장을 비롯해 김홍기 CFO, 이형석 뷰티사업부장, 류재민 CRO 겸 소비자안심센터장 등 총 4명이다. 류 CRO는 이번 부사장 승진자다. 4명의 부사장 가운데 이사회는 이 부사장을 선택했다.

COO는 화장품 및 생활용품 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이다. 1인자인 차석용 부회장의 '조력자' 위치로도 볼 수 있다. 이 자리에 이 부사장을 앉힌 것은 미국 사업의 비중이 커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올해 한국, 중국 다음으로 LG생활건강이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둔 곳은 북미 시장이다. 3분기 누적 북미 지역 매출은 3721억원으로, 중국 매출의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동안 한국, 중국 다음으로 일본 시장 매출이 압도적이었다. 작년을 기점으로 일본과 북미 순위가 뒤바뀌었다.

LG생활건강이 미국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0년부터다. 30년 넘게 시장 개척에 노력했지만 낮은 인지도로 성과는 미미했다. 2019년 에이본을 인수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에이본은 경영 악화를 겪기도 했지만, 전성기 때에는 글로벌 매출이 13조원에 달해 알짜 기업이다. 작년 에이본 매출은 394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더페이스샵이 에이본 캐나다를 인수해 북미 사업에 힘을 보탰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보인카(boinca)를 인수, 생활용품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이 부사장이 LG생활건강에 합류한 것도 에이본을 인수한 이후다. 이 부사장은 에이본 법인장을 맡아 미국사업을 총괄했다. 직전에는 한국코카콜라 대표로 13년간 재직했다. 이 외에도 콜게이트, 피앤지, 허쉬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쳤다.

LG생활건강 측은 "이 부사장은 한국과 북미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서 근무하며 마케팅과 영업을 비롯하여 총괄 책임자로 회사를 운영해 온 경험을 보유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COO 직책을 신설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곳에 쏠렸던 무게가 분산될 전망이다. 승계 플랜을 가동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지난 17년간 LG생활건강을 경영해왔다. 전문경영인으로 10년 넘게 한 회사를 이끄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차 부회장에 대한 신임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1953년생으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올해 신규 임원이 된 이병일 해외사업지원부문장(1979년생)과는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젊은 리더'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임원들의 나이는 점점 낮아지는데 CEO는 고령이다. 이에 임기 말이면 차 부회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차 부회장이 총괄하고 이 부사장이 이를 보좌해 국내와 글로벌을 두루 챙기는 방향이 예상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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