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성과급 논란 확산…현대차·기아 노사 긴장감 고조

시간 입력 2024-02-02 07:00:00 시간 수정 2024-02-01 17: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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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노조, 특별성과급 즉각 지급 촉구
지난해 호실적 배경…매출·영업익 ‘사상 최대’
업계 “노사 갈등 심화 시 그룹 내 파장 커질 것”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기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자동차·기아가 연초부터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노조가 회사의 호실적을 이유로 특별성과급 지급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탓이다. 현대차·기아 노사 간 갈등이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와 기아 노조는 최근 노조원을 대상으로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사측에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는 “2023년 역대 최대 실적은 조합원 동지들이 흘린 피와 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분배정의 실현을 위해 특별성과급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에 이어 기아 노조도 “정의선 회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양재동 경영진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특별성과급을 즉각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특별성과급은 노사가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통해 정하는 일반성과급과 성격이 다르다. 사측이 노조와 별도의 협상을 거치지 않고 경영진 재량으로 지급하는 격려금 명목의 성과급이기 때문이다. 사측이 노조에 특별성과급을 지급할 의무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차·기아 노사 간 특별성과급 지급 논란은 3년째 반복되고 있다.

현대차가 2021년 말 우수한 성과를 낸 일부 사무직과 연구직 직원들에게 1인당 500만원의 특별포상금을 지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시 특별포상금을 받지 못한 노조가 즉각 반발했고, 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위해 특별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현대차·기아는 2022년 초 전 직원에게 1인당 400만원의 특별성과급을 처음으로 일률 지급했다. 지난해 초에는 현금 400만원과 주식을 포함한 총 600만원 규모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생산직 위주인 노조 역시 지난 2년간 일종의 연초 보너스인 특별성과급을 받았다.

올해 들어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배경은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거둔 호실적에 기인한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합산 실적은 매출 262조4720억원, 영업이익 26조7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6%, 56.8%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로, 매달 2조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2009년 이후 14년 연속 상장사 영업이익 선두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치고 수익성 부문에서도 나란히 1위와 2위에 올랐다.

업계는 특별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현대차·기아 노사 간 갈등이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현대모비스 노조의 경우 현대차·기아와 같은 금액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며 지난해 2월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현대모비스 본사 1층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앞서 같은 달 17일에는 특별격려금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노조와 만난 조성환 전 현대모비스 사장의 집무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성과급은 성과에 따른 보상의 일환”이라며 “현대차와 기아가 특별성과급 지급 여부와 규모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와 노조의 갈등이 심화하면 그룹 내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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