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결산/지경초] 공사비 급등·PF 자금난·분양 한파…‘3중고’ 내몰린 건설업계

시간 입력 2022-12-15 07:00:01 시간 수정 2023-02-01 17:47:39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원자재값 상승…아스콘과 시멘트 가격 지난 20년래 가장 큰 폭↑
자금 조달에 어려움 겪는 ‘돈맥경화’ 현상 심화…PF 대출 스톱
미분양 증가세…12월 미분양물량 전망 135.8p로 올 들어 가장 높아

올해 건설업계는 부동산 시장 침체, 공사비 급등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최근 공사대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로 대출해 주던 저축은행이 추가 대출을 중단하면서 자금 경색이 발생해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연쇄 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 건설사가 부도를 맞이했으며, 대형사도 자금경색에 휘청거리는 상태다. 내년에도 건설업계의 경영여건이 좋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원자재값 10% 상승하면 건설사 영업이익률 약 3%p 하락”

올해 초부터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의 골머리를 앓았다. 한국신용평가는 도급 공사에서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약 3%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아스콘과 시멘트 자재가격은 지난 20년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아스콘·시멘트의 경우 올해 3월부터 가격이 본격적으로 올랐으며 작년보다 20% 이상 뛰었다. 아스콘과 시멘트는 한번 상승하면 가격 하락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재가격 상승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노임 및 기계장비 임대료 역시 상승 중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시멘트의 톤(t)당 평균 매입비용이 올해 3분기 기준 8만1667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6만6333원에 비해 23.1%(1만5334원) 상승했다. 봉강류(철근)의 톤당 평균 매입비용은 올해 3분기 100만1000원이었다. 1년 전 82만3000원보다 21.6%(17만8000원) 올랐다.

원자재·노무·장비 등 종합적인 공사비를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들어 140도 넘어섰다. 이 같은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2015년의 물가를 100으로 놓고, 세부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건설자재 가격 등락을 알 수 있어 건설물가변동도 예측 가능하다.

유동성 위기 커져…롯데건설도 그룹 계열사로부터 1조원 넘게 수혈

건설업계 전반에서 ‘부동산 PF’로 인한 자금 유동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시장 외 자금조달시장 전반에서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PF란 부동산개발사업의 수익성을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외환위기이후 개발사업의 사업비 조달방식으로 부동산 PF가 처음 등장했다. 2013년 말 35조2000억원에 수준이었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2년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다만 올해 초부터 금리인상, 원자재가격 상승, 분양시장 냉각 등으로 개발사업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더 조이면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커졌다.

실제 대형사인 롯데건설도 PF 우발채무 상환을 위해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했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홈쇼핑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1조원 넘게 자금 지원을 받은 상태다. 롯데건설을 6년간 이끌던 하석주 대표이사는 부동산 PF로 인한 유동성 위기의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고금리와 집값 급락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현재 부동산 PF가 거의 중단된 상태이며 브릿지론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지원된 자금의 대환이 막히면서 건설 업체의 자금난이 증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4만7217가구…분양시장 바로미터 ‘둔촌주공’도 기대 이하 성적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미분양도 증가세다. 잇단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세로 주택 거래가 끊기고,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4만1604가구 대비 13.5%(5613가구) 증가한 수치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주목받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표 받아들였다. 총 16개 타입 중 4개 타입은 청약 마감에 실패하며 예비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다. 둔촌주공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것으로, 1만2032가구 규모(일반분양 4786가구) 등 내년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할인 분양 카드도 꺼내고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주거형 오피스틸 경기 파주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최초 분양가보다 2억원 가량 싸게 분양 중이다. 지난 8월 청약 당시 561실 모집에 청약 건수는 176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앞서 중도금 대출 50% 전액 무이자 등 혜택을 내걸기도 했다.

대원이 시공한 서울 강북구 ‘칸타빌수유팰리스’의 경우 미분양 해소를 위해 최대 15% 할인 분양을 진행했다. 또 3.3㎡(평)당 1만원의 관리비 지원까지 내걸었다. 입주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차액은 거주자가 납부하는 형태다. GS건설은 최근 분양에 나선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에 계약금 10%와 이자 후불제를 적용했다. 계약금 10%만 내면 입주때까지 추가 자금 부담을 없앤 것이다.

둔촌주공(올림픽 파크포레온) 투시도. <사진제공=현대건설>
둔촌주공(올림픽 파크포레온) 투시도. <사진제공=현대건설>

자금조달 약한 중소건설사, 내년 연쇄 도산 우려도

내년 건설산업 역시 국내외 경제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침체가 예상된다. 건설기업의 경영여건이 지속 악화되고, 이러한 영향이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건설기업의 경영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자금조달이 약한 중소건설사의 경우 내년 연쇄 도산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종합건설업체로 등록된 건설사 중 총 5곳이 부도났다. 지난달에는 경남지역 도급 순위 18위이자 매출 500억원대인 동원건설산업이 도산했다. 총 22어원의 어음 결제를 하지 못해서다.

주산연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PF 조달비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평균 38% 수준으로 낮았으나, 최근 고금리 상황에서 평균 LTV가 50%에 육박하는 등 금융위기 때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고 분석했다.

주산연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하고 하반기부터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의 부실로 전이돼서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사업 수행 중이거나 수행을 예정하는 각종 건설사업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으며, 건설업에 대한 금융권의 부정적 시각은 신용평가, 기업가치평가 등에 반영돼 건설기업의 재무적 여건은 지속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말했다.

이어 “지역발주 공공공사 및 주택공사 등 기 공사 물량으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이 적었으나, 지속된 공공건설투자의 감소, 주택경기의 침체 등이 본격화될 경우 중소건설기업은 경영상 큰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10대 건설사 중 6곳 올해 정비사업 수주 사상 최대 실적

다만 건설 업황은 악화했으나 미래를 위한 수주는 활발한 상태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10대 건설사 중 6곳이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1위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창사 이래 최대 수주고를 올렸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현대건설은 9조3395억원을 수주하며 10조원 문턱까지 다가갔다. 역대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GS건설이 2015년 세웠던 8조100억원이었다.

대우건설은 5조2763억원으로 첫 ‘5조 클럽’에 가입했다. DL이앤씨(4조8943억원), 포스코건설(4조5892억원), 롯데건설(4조2620억원)은 4조원을 넘어섰다.

해외건설 수주도 선방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72억7422만달러로, 목표금액인 300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년 동기 244억1693만달러 대비 11.7%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삼성물산이 49억548만달러로 해외건설 수주액 1위를 차지했다. 작년 같은 기간 44억5002만달러에 비해 10.2% 증가했다. 이어 삼성엔지니어링(27억5645만달러)·현대엔지니어링(27억1540만달러)·현대건설(26억9506만달러)·롯데건설(17억6132만달러)로 ‘톱5’에 이름을 올렸다.

[CEO스코어데일리 / 성희헌 기자 / hhsung@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