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2조9000억원”…공기업 녹색채권 발행 1년새 급성장

시간 입력 2021-11-29 07:00:06 시간 수정 2021-11-28 09: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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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채권 발행규모 2조9000억원…전년 대비 29배 급증
이달 들어서도 인천항만공사, 남부발전 녹색채권 발행
차환 목적의 녹색채권 발행 이어지면서 그린워싱 우려도↑

한국남부발전(사장 이승우), 인천항만공사(사장 최준욱) 등 주요 공기업의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1년새 29배 급증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명목으로 공기업들이 앞다퉈 녹색채권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SRI) 세그먼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6일까지 한국남동발전, 인천항만공사 등 공기업 9곳의 녹색채권 총 발행액은 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00억원에 불과했던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1년 만에 29배 증가했다.

공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은 올 들어 공공부문으로까지 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가속화됐다. 올 1월 남동발전이 3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스타트를 끊었고 이어 4월과 5월 한국철도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각각 3000억원, 66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공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은 이어졌다. 이달 11일 인천항만공사는 1100억원의 녹색채권을 신규 발행했다. 26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남부발전은 지난 5일 추가로 11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공기업들이 녹색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ESG 경영 실천과 함께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녹색채권 발행은 ESG 경영 중 E(Environment)에 해당한다. 여기에 정부는 화석연료·도시가스 감축 및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등 친환경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주요 공기업에서 발행한 녹색채권이 기존 사업 대금을 충당하는 목적으로 남용되고 있어 ‘그린워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는 기업에서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지만 실제는 친환경과 거리가 먼 활동을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한국철도의 경우 녹색채권 3000억원 전액을 기존 전기 차량 구매 대금 상환에 사용했다. LH도 녹색채권으로 정부 출자를 제외한 자체 노후공공임대·그린리모델링, 에너지효율개선 및 건축물건설 사업비를 조달했다.

인천항만공사도 녹색건축물로 지정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공사비 조달자금 1849억원 차환 용도로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사실상 녹색채권 발행이 친환경 신규 사업 발굴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만큼 탄소 감축 등의 환경 개선 효과도 나타나기 힘든 구조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공기업 중 남동발전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를 위한 용도로 녹색채권을 발행했다”면서 “벌칙성 부담금의 성격을 띤 REC 구매 대금을 녹색채권으로 메꾸는 것은 그린워싱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녹색채권을 발행하려면 실질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 등 친환경 관련 사업에 투입돼야 한다”면서 "그린워싱 사례를 미연하게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수립 과정에서 차환 목적의 녹색채권 조달 제한 여부 등을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의 차환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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