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기 6대·42개월 무사고 비행…5월 ‘전투용 적합’ 판정
초도 40대 2028년·총 120대 2032년…공대지는 내년 상반기
F414 엔진 미국 동의 제약…4.5세대 수출은 가격이 승부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체계개발을 10년 만에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 개발 완료는 사업의 완성이 아니라 양산·전력화의 출발점에 가깝다. 공군 실전배치, 공대지 무장통합, 엔진 국산화, 수출이라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어서다.
3일 KAI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29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KF-21 체계개발 종결 행사’를 열었다. KF-21은 2015년 12월 체계개발 착수 이후 시제기 6대로 42개월간 1600여회의 비행시험을 무사고로 수행했고, 지난 5월 방위력 개선사업의 최종 관문인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양산 1호기를 출고한 데 이어 이번 종결로 대한민국은 세계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자 독자 양산 체제를 갖춘 국가가 됐다.
◇양산 안착과 공대지 능력 조기 확보
KF-21 체계개발을 마친 KAI의 첫 과제는 양산 일정 관리가 될 전망이다. 방사청은 2024년 6월 최초 양산분 20대를, 지난해 6월 추가 20대를 계약했다. 공대공 임무 중심의 초도 물량 40대(Block I)는 2028년까지 공군에 인도되며, 첫 양산기 인도는 올해 하반기 시작된다. 이후 공대지·공대함 능력을 갖춘 Block II 80대를 더해 2032년까지 총 120대를 전력화한다는 목표다.
변수는 수출 물량이다. 아직 확정된 해외 주문은 없지만, 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소요 물량과 수출 물량을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어떻게 배분할지가 문제다. 인도 시점이 곧 경쟁력인 전투기 사업 특성상 생산 우선순위 조정은 수주 협상의 조건과 직결된다.
다음은 무장통합이다. 현재까지 검증된 KF-21은 공대공 임무 중심의 Block I이다. 다목적 전투기로 완성하려면 공대지·공대함 능력을 갖춘 Block II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KAI는 지난해 12월 방사청과 6859억원 규모의 추가무장시험 사업 계약을 맺고, 체계개발 종료 전부터 공대지 타격 능력에 대한 비행시험을 병행해 왔다. 이에 따라 당초 2028년 말로 예정됐던 공대지 능력 확보 시점은 2027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KF-21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 항공 무장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국산 무장은 단계적으로 통합된다.
◇엔진 종속과 시장 경쟁…수출 경쟁력의 두 변수
엔진은 더 근본적인 과제다. KF-21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계열 엔진을 탑재한다. 미국산 핵심 부품이 들어간 만큼 수출 시 미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제약이 따른다. 핵심 항전 장비인 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등을 국산화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 국산 항공기 엔진 개발 명목으로 860억원을 편성했다. 국산 엔진이 완성되면 수출 통제에서 벗어나 판로가 넓어지고, 장기적으로 완전 국산 전투기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다만 엔진 독자 개발은 수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출 또한 쉽지 않은 숙제다.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6월 분담금을 당초 약속한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줄이는 대신 기술 이전 범위를 축소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6월에는 현지 공동생산을 접고, 완성기를 직도입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를 두고 방산업계에선 기술 유출 리스크를 줄였다는 평가와 함께 국제 공동개발을 통한 위험분산 효과가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KF-21이 진입하는 4.5세대 전투기 시장에선 프랑스 라팔, 유로파이터 타이푼, 미국 F-16V, 스웨덴 그리펜 등 검증된 기종들이 경쟁하고 있다. 대부분 KF-21과 동일한 무장 체계를 공유해 성능만으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관건은 가격과 일정이다. KF-21의 동남아 수출가는 엔진·레이더 구성에 따라 6500만~8000만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대당 1억달러를 넘는 유럽 기종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라팔과 F-16의 주문잔고가 쌓이면서 인도 대기기간이 길어진 점은 KF-21에 시장 진입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KAI는 필리핀·말레이시아·폴란드 등과 협의 중이며,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과는 공동 연구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KAI가 체계개발이라는 관문을 넘은 가운데 KF-21이 공군의 주력이자 K-방산의 수출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출 KAI 사장은 “성공적인 양산과 안정적인 전력화를 완수하겠다”며 “KF-21을 기반으로 국산 개발 무장과의 체계 통합, 성능 개량 및 AI 연계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유·무인 복합체계(MUM-T) 등을 지속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항공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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