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2029년 조기 가동
정부 정책 지원 덕분…전력·용수 등 인프라 공급 가속
화성·기흥-평택-용인 ‘삼성 반도체 삼각 편대’ 구축 속도
토지·지장물 보상, 부지 조성 등 후속 절차 추진 관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2023년 10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미래 반도체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날로 급증하는 첨단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최대 2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 산업단지(산단)에 들어설 반도체 팹 6기 중 첫 번째 팹의 가동 시점을 오는 2029년으로 설정했다. 이는 1기 팹 가동 예상 시점으로 거론돼 온 2030~2031년보다 1~2년 빨라진 것이다.
삼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728만㎡(약 220만평) 규모의 부지에 들어서는 초대형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단이다. 투자 규모는 약 360조원에 이른다. 이 곳에는 대규모 반도체 팹 6기와 발전소 3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 60곳 이상이 들어선다.
이렇듯 해당 반도체 클러스터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업계에선 1기 팹의 가동 시점이 빨라야 2030년 내지 2031년일 것으로 점쳐 왔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전자가 2029년에 첫 번째 팹 가동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해당 사업 속도가 한층 빨리질 전망이다.
삼성의 이같은 결정에는 정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용인 국가 산단 조성 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 공급 일정이 상당 기간 앞당겨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3GW 규모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 조기 착공과 2·3단계 전력 공급 일정 단축, 단계별 용수 공급 조기화 등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삼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의 2029년 가동은 막연한 목표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나아가 용인 국가 산단의 첫 번째 팹 가동 시점이 앞당겨진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은 물론, 국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조기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반도체 팹 가동 시점이 빨라지면 나날이 증가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 효과도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고 평가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은 기존 화성·기흥-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반도체 삼각 편대’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최근 삼성은 AI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의 올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38.6%로, 지난해 4분기 36.5% 대비 2.1%p 확대됐다. 이에 지난해 4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D램 1등’ 타이틀을 굳건히 지켰다.
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사력을 다한 덕분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하며 HBM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올 5월엔 업계 최고 성능의 7세대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지난달 2일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에서 8세대 HBM ‘HBM5’ 목업(실물 모형)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HBM4, HBM4E, HBM5 등 차세대 HBM 경쟁력을 제고한 삼성 반도체는 메모리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는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대만 TSMC를 따라 잡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도,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시장 내 입지는 매우 좁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5%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3%에 달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무려 65.8%p나 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 삼성이 TSMC와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삼성 내부에서도 파운드리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4년 12월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지정 행사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사업의 위상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반도체 강국 입지를 다져왔지만, 최근 국가 안보 핵심 자산인 반도체 분야에 미국, 중국 외에 인도 등 신흥 국가들도 뛰어들면서 주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12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 지정 행사.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번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의 조기 가동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화성·기흥-평택-용인 등 경기 남부권을 연결하는 반도체 삼각 편대가 구축되면, 삼성이 현재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용인 국가 산단 조기 가동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벌써 올해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부지 조성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어서다.
삼성의 구상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이 2029년 본격 가동되기 위해선 부지 조성 공사가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 시작돼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 왔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가 산단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LH는 산단 예정지 내 토지 소유자들과 토지 및 지장물(건물, 공작물, 수목 등)에 대한 보상 협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다음 단계인 부지 조성 공사가 언제쯤 시작될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토지·지장물 등에 대한 보상 협의가 좀처럼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뿐만 아니다. 내년 중에 팹 착공에 돌입해야 202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가동이라는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최첨단 반도체 공장 착공 후 완공까지 2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토지·지장물 보상, 수용 재결, 부지 조성, 시공사 선정 등 후속 절차가 상당 부분 남아 있는 만큼, 삼성은 이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는 중대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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