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건 구조개편 코앞인데”…LG·한화·롯데, ‘석화 담합’ 조사에 ‘초긴장’

시간 입력 2026-07-14 07:00:00 시간 수정 2026-07-13 18: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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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담합 조사 품목·업체 확대…석화업계 긴장감↑
LG화학·한화·롯데, 공급가 인하로 고객사 지원
구조개편 앞둔 석화업계…규제 리스크 부담 가중 ‘이중고’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의혹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식품, 정유 업계 등 생활 밀접 업종을 잇달아 겨냥하며 시장 감시를 강화하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상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석화 업계는 전 세계적인 업황악화로 하반기 강도높은 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 대상 품목은 PO(폴리올레핀), 가성소다, 과산화수소, 염산, 하이폭,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 등으로 전해진다.

업체들이 가격 인상 과정에서 사전에 가격을 합의하거나 물량을 조절했는지, 입찰 과정에서 담합 등이 있었는지 등을 점검 중인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5월 PVC와 가소제 담합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당시보다 업체 수와 품목 등의 규모가 확대됐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를 공정위의 주요 산업 대상 담합 조사 확대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올해 초 주요 전분 및 전분당 업체에 최대 747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최근에는 정유 4사 가격 담합 건과 관련해 대상 범위와 관련 매출액 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서산시>

공정위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공급가 인하와 고객사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신뢰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LG화학은 가장 먼저 시장과 소통에 나섰다. 나프타 정부지원금을 활용해 중소기업 고객사 지원과 상생협력을 추진했다. 지난 5월부터 출하된 물량에 대해 제품별 나프타 사용 비중과 제품 가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톤당 10만원에서 20만원을 인하하는 방식이다. 이번 지원은 비닐, 포장재 등 생활 필수 소재를 제조하는 고객사를 중심으로 시행한다.

한화솔루션은 PE(폴리에틸렌)와 PVC(폴리염화비닐)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판매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고객사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공급망 안정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주요 제품을 톤당 10만원~25만원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 효과가 최종 수요산업까지 폭넓게 확산되도록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외 변수가 늘어나는 국면 속에서도 국내 공급망 안정을 위해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고 생산·정비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수액백 원료로 사용되는 의료용 PP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콘크리트 혼화제 핵심 원료인 산화에틸렌 유도체(EOA) 생산을 늘려 국내 월 평균 수요 대비 140% 수준인 7000톤을 공급하며 건설 현장의 레미콘 대란을 방지한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나프타 수급안정화 지원금을 활용해 제품별 원료 투입 비중과 시장 상황, 고객사별 거래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 대상 및 적용 기간, 지원 방안 등을 순차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여수석유화학산단 전경. <사진=여수상공회의소>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시장 감시 강화가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석유화학 업계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대산과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설비 통폐합과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와 구조개편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중으로 대산 1호 사업 재편인 롯데케미칼대산석화와 HD현대케미칼 합병은 연내 마무리한다. 오는 9월 1일 합병기일을 목표로 하며 HD현대케미칼에 대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은 기존 60%대 40%에서 50%대 50%로 변경된다.

하반기 중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의 합작법인 여천NCC와의 사업 재편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여수 사업부문 관련 자산, 부채 및 조직 일체를 포함한 롯데케미칼여수석화(가명)를 분할해 여천NCC에 결합해 지분을 나눠 가지는 구조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부담이 커질 경우 업계가 추진 중인 사업 재편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면 투자와 구조조정 속도가 늦어지고, 기업 간 협의도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규제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보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사업 재편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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