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 2주 만에 사재 13억원으로 계열사 지분 매입
‘순익 50% 환원’ 금융지주급 목표…계열사도 가동
현재 검토 단계로 확정은 아냐…승계 논란은 숙제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결국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지난달 24~25일 이틀간 그는 KG케미칼과 KG이니시스 주식을 각각 10만주씩, 모두 20만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KG케미칼은 평균 4184원에 10만주, 약 4억1840만원어치를 담아 지분율을 16.74%로 끌어올렸고, KG이니시스는 약 9억4030만원을 들여 지분율을 1.44%로 높였다. 두 회사에 투입한 개인 자금은 약 13억5870만원이다.
이 거래는 엄밀히 말하면 자사주 매입이 아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회삿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곽 회장 개인의 KG케미칼·KG이니시스 지분율이 높아졌다. 회삿돈을 쓰는 자사주 매입과 총수가 사재를 얹어 지분을 늘리는 개인 매수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거래 시점과 맥락이 눈에 띈다. 곽 회장은 앞서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에서 ‘KG그룹 기업가치 정상화 및 미래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룹 상장사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향후 5년간 상장 계열사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약속과 실천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좁힌 셈이다.
◇‘저평가 국면’ 정면 돌파…“순익 절반, 주주에게”
7일 업계에 따르면 곽 회장이 최근 간담회에서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KG그룹 상장사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있다고 보고, 외형 확장을 넘어 ‘내실 경영’으로 시장의 과소평가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KG케미칼, KG에코솔루션, KG스틸, KG모빌리티, KG이니시스, KG파이낸셜 등 상장 6개사다.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케이카도 그룹 편입 이후 같은 방침을 따르게 된다.
곽 회장이 내건 ‘회사 순이익의 50% 환원’은 국내 상장사에서 흔치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배당법인의 평균 배당성향은 39.83%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았지만, 이는 배당만 따진 값이다. 배당에 자사주까지 더한 총주주환원율 50%를 5년간 유지한다는 건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2027년 목표로 내걸었다가 최근 조기 달성한 환원율과 같은 급이다.
계열사별 액션플랜은 이미 가동 중이다. KG케미칼은 지난해 1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고 2027년까지 3년간 1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며 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에는 6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가로 결정하는 등 계획을 이행했다. KG이니시스는 순이익의 5% 이상을 자사주 소각에 연동하는 방식 등으로 주주환원율 30%를 목표로 세웠다. 곽 회장은 KG모빌리티에 이어 KG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에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참여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KG모빌리티 평택공장.<사진제공=KG모빌리티>
◇남은 건 이사회 결의…‘쌍용차 그림자’ 넘을까
곽 회장의 행보를 성과로만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가 순이익 절반을 환원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지난달 10일 KG모빌리티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향후 5년간 회사의 순수익 50%를 주주에게 환원’과 관련한 사항은 현재 검토 단계에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그룹 총수의 공개 발언과 개별 상장사의 이사회 결의 사이에 아직 밟아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이번 거래도 그 자체로 과대평가할 일은 아니다. 13억6000만원은 곽 회장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일 뿐 모든 주주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돈은 아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이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확정될 때 비로소 약속은 현실이 된다. 관건은 얼마나 크게 발표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실행하느냐다.
주주환원 대상에 KG모빌리티가 포함된 건 주목할 만하다. KG모빌리티가 옛 쌍용자동차 시절 장기간 경영난과 회생절차를 거쳤고, 그 이력 탓에 여전히 자금 조달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 회사를 환원 대상에 넣은 것은 시장의 의심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적은 그 선택을 뒷받침한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4조2433억원, 영업이익 536억원, 당기순이익 5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창사 이래 처음 4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였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며 2023년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같은 해 한국GM과 르노코리아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0%, 70% 넘게 꺾인 것과 대조된다. 중견 완성차 3사 중 실적을 개선한 곳은 KG모빌리티뿐이었다.
다만 시장이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소액주주는 그동안 KG그룹 상장사의 저평가와 오너 일가 승계 문제를 두고 불신을 제기해 왔다. 곽 회장은 간담회에서 장남인 곽정현 KG그룹 사장으로의 승계 논란을 두고 편법을 동원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런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저평가 논란은 완전히 가라앉기 어렵다.
◇케이카로 완성하는 ‘통합 모빌리티 체계’
곽 회장은 케이카 인수를 KG그룹 미래 전략의 한 축으로 삼았다. KG모빌리티의 완성차 제조, 케이카의 중고차 유통망, KG이니시스·KG파이낸셜의 결제·금융을 하나로 묶어 신차 제조부터 중고차 유통·금융·결제까지 하나로 잇는 통합 모빌리티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중고차가 신차보다 거래 횟수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 케이카를 국내 중고차 판매사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현지에서 차량 매입·정비·판매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곽 회장은 간담회 말미에 “질책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지적해 달라”며 “부족한 부분은 수정하고 바꿔가며 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회사 순이익의 50% 환원이 각 계열사 이사회 결의로 확정되고, 통합 모빌리티 체계가 가시화할 때 곽 회장의 ‘책임 경영’은 시장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그래픽] OK저축은행 당기순이익 추이](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07/16/2026071610204550163_m.jpg)
























































































![[26-05호] 국내 증시 시총 규모 변화](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06/23/2026062309073444788_m.png)





![[이달의 주식부호] 반도체 열풍에 최태원 SK 회장 ‘톱5’…소부장 기업인 순위 급등](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07/02/2026070215424745165_m.jpg)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