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르노, 현주소는] ③이젠 시간이 없다…부산공장을 ‘수출 허브’로

시간 입력 2026-06-26 07:00:00 시간 수정 2026-06-25 17: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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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까지 매년 신차 투입…파리 사장의 승부수
판매 쏠림·수출 재건·수익성 회복…세 가지 숙제
신차 출시·이익률 개선 관건…“결국 숫자로 증명”

르노코리아가 분기점에 섰다. 지난해 내수는 그랑 콜레오스를 앞세워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6억원으로 78% 급감하며 이익률이 1% 아래로 내려갔다. 중견 완성차 3사 중 내수 1위 차종을 보유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부산공장을 생산 허브로 키워 반등을 꾀하고 있으나, 판매 다변화·수출 재건·수익성 회복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본지는 지난해 9월 출범한 파리 사장 체제의 현주소와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의 큰 그림은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닌 글로벌 생산 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부산공장을 르노그룹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만들고,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해 매년 새 차를 쏟아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과제의 난도가 결코 낮지 않을 뿐더러 파리 사장에게 주어진 시간 또한 넉넉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파리 사장의 청사진은 지난 4월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됐다.

당시 파리 사장은 한국을 유럽 외 글로벌 시장 성장을 위한 D·E 세그먼트(중형·중대형)의 전략적 허브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르노그룹의 퓨처레디 플랜을 한국법인에 적용한 실행안이다. 부산공장을 차세대 르노 전기차 생산기지로 삼아 2029년까지 매년 신차 1종을 출시하고, 내년부터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를 본격 생산하는 것이 골자다.

파리 사장은 신차 콘셉트 확정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개발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검증된 기술을 파트너와 협업해 빠르게 얹는 방식이다.

이 전략의 기반은 부산공장이다. 파리 사장은 연간 최대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부산공장을 두고 3개 플랫폼에서 7개 차종을 생산하는 독보적 유연성을 갖춘 곳이라고 평가했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초 설비 보강을 거쳐 하나의 혼류 생산라인에서 내연기관차와 순수 전기차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을 마쳤다. 단일 생산라인에서 내연기관차와 순수 전기차를 동시에 생산하는 것은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다. 수요가 어느 쪽으로 쏠리든 라인을 갈아엎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위탁생산도 계획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르노코리아는 폴스타4 북미 수출용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지난달 654대를 수출했다.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고정비를 분산하는 카드다. 그러나 위탁생산의 약발이 과거만 못한 점은 아쉽다.

부산공장의 전성기는 닛산 로그를 생산하던 시절이다. 2015~2018년 로그 위탁생산으로 매년 10만대 넘게 팔며 4년간 영업이익 1조4994억원을 거뒀지만, 2020년 3월 계약이 종료되며 신차 부재로 2020년 797억원, 2021년 8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반기 중 위탁에 들어가는 폴스타4의 국내 생산 규모는 로그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사진제공=르노코리아>

결국 핵심은 신차 파이프라인이 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 오로라1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그랑 콜레오스에 이어 올해 오로라2인 필랑트를 내놨고, 내년 첫 SDV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 신차 개발을 위해 지난해 개발비를 2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 늘리며 투자를 본격화했다. 매년 신차를 내놓고, 한국에서 만들어 해외로 내보내는 게 파리 사장이 그리는 출구다.

업계에선 르노코리아의 전동화 전략이 내수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르노코리아의 세닉 E-테크는 프랑스에서 생산해 수입 판매하는 모델이다. 국내 생산이 아니어서 가격 경쟁력과 보조금 측면에서 불리하고, 한국법인의 수익성 개선에도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이런 한계를 메우기 위한 카드가 부산공장 생산이다. 르노코리아는 2028년부터 부산공장에서 르노그룹의 차세대 순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 측은 “부산공장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최대 4개 플랫폼, 8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체계를 구축해 높은 유연성을 확보했다”며 “지난해 1월에는 생산설비 업데이트를 통해 국내 자동차 기업 최초로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 조립까지 가능한 라인으로 전환하며 미래차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파리 사장이 남은 임기 동안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판매 쏠림 현상 완화다.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의 신차 효과가 모두 둔화한 만큼 내수 라인업을 다변화하지 못하면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단일 차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깨지 못하면 신차 흥행에 실패하는 순간 회사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수출 재건도 필수 과제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남미·중동·걸프 지역에 수출 중이며, 호주·일본 등 신규 시장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유럽 직영 체제로 수출을 빠르게 키운 KGM과 비교하면 신규 시장 개척 효과를 입증할 시간이 빠듯하다.

수익성 회복 또한 필요하다. 영업이익 206억원과 영업이익률 0%대는 차량 판매가 이익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구매 전문가 출신인 파리 사장이 위탁생산과 자체 신차로 가동률과 판매량을 끌어올려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내년 손익계산서에서 그대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파리 사장의 목표 달성 여부는 결국 숫자로 증명될 것”이라며 “매년 신차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영업이익률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는 내수 라인업 확대와 수출 실적 재건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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