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체제 첫 FOMC서 물가 경계감 재확인
연준, 긴축 신호 강화…국내 통화정책 경로 주목

케빈 워시 미 연준 신임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매파적 기조를 강화했다. 케빈 워시 의장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물가안정 의지가 재확인된 가운데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3.50~3.7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이후 올해 1·3·4·6월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물가 불안이 상존하는 점이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유지됐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은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에서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을 반영해 FOMC의 2% 목표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며 “FOMC는 물가안정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들의 금리 전망도 달라졌다.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제출한 18명 가운데 9명이 최소 1차례의 금리 인상(0.25%포인트)을 예상했다. 세부적으로는 △0.25%포인트 인상 3명 △0.50%포인트 인상 5명 △0.75%포인트 인상 1명으로 집계됐다. 불과 3개월 전인 3월 전망에서 연내 1차례 금리 인하가 중앙값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FOMC가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추가 인상보다는 연내 금리 동결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기보다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하며 물가를 통제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를 통해 연준의 인상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기본 시나리오는 금리 인상이 아닌 연내 동결로 전망을 유지한다”며 “최근 물가 상방 압력의 상당 부분이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 등 공급측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이 이를 이유로 즉각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유인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점도표가 매파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의 전망이 인상과 동결로 사실상 양분돼 있다는 점은 아직 연준 내부의 강한 정책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향후 연준은 추가 긴축보다는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과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워시는 이번 회의에서 완전 고용을 깊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중책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또한 경제 지표 추이에 따라 시장이 적정 가격을 프라이싱해야 한다는 발언은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인 워시 의장의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 고용 부문 둔화가 재개된다면 물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6년 연내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FOMC 내부적으로 매파적 기조가 강해진 만큼, 하반기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전망을 대폭 상향하면서도 성장률 하향폭은 적었고, 실업률은 종전과 비슷하게 봤다면 그만큼 물가에 대응을 하더라도 경기 하강이 제한적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워시 의장뿐 아니라 FOMC 내부적으로도 매파적 기조가 급격히 강해진 것을 확인한 만큼, 연내 동결에서 1회 인상으로 전망을 수정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에 있어 종전 합의와 별개로 유가의 2차 파급 효과에 대해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의 종전 합의가 마지막이라면 여러 차례의 인상은 굳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향후 2차 파급 효과의 정도에 따라 4분기 중 1회 인상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국내에서도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워시 의장 취임 이후 첫 회의에서 물가안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만큼 향후 미국 통화정책이 더욱 긴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FOMC에 앞서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FOMC 결과에 따른 외환·채권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유상대 부총재는 “향후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이란 종전 이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AI 산업 관련 우려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지속적으로 유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 모두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향후 금리 경로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경기 반등 흐름이 뚜렷한 만큼 보다 빠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한·미 금리차 축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창립기념사를 비롯한 공식 석상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적기에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서 총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할 경우 2022년 말 이후 약 3년 반 만에 긴축 기조가 재개되는 셈이다.
국내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사상 최장 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한은의 선제적 움직임이 금리차 축소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현재 양국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다. 한은이 두 차례, 미국이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격차는 1%포인트로 좁혀진다. 한은은 금리차 축소가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낮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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