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밸류체인 아우르는 대규모 집중 지원 절실…“해외 취약망 투자도 고려”
금융연구원 공동주최 ‘전략적 산업정책 시대의 금융정책 세미나’ 열려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략적 산업정책 시대의 금융정책 :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세미나에서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내 정책금융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과거 고성장 시대의 ‘중소기업 중심 보편적 지원’에서 벗어나, 저성장 기조에 맞춘 ‘산업 생태계 중심의 전략적·선별적 대규모 지원’으로 정책금융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한국금융연구원, 산업연구원, 하나금융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전략적 산업정책 시대의 금융정책: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세미나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산업 구조 전환기를 진단했다.
그는 “과거 고성장 시기에는 어떤 산업이든 자본이 투입되면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었기에 정책금융을 통한 보편적 지원이 타당했다”면서도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한 현재는 모든 산업이 동시에 고성장하기 어려운 만큼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고불확실성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정책금융의 방향성을 과거의 ‘소규모·다수·기업 중심’에서 ‘대규모·집중·산업 생태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특히 AI를 비롯한 첨단 전략산업 육성 과정에서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정부 주도로 막대한 보조금과 금융 지원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 한 곳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약 140조~150조원)를 웃도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 공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략적 산업정책 시대의 금융정책 :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 잠재 한계기업 증가 우려…"선제적 구조조정·브리딩 룸 병행해야"
구 선임연구위원은 AI 산업을 예로 들며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융복합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AI 생태계는 단순히 GPU(그래픽처리장치)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전력 인프라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종합적인 시각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밸류체인이 연결돼 있어 특정 분야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필요하다면 정책 펀드를 추가 조성해 국내 기업뿐 아니라 밸류체인상 핵심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첨단산업 육성 못지않게 기존 주력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기능 고도화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구조조정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언급하며 “당장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징후기업 수는 감소했지만, 잠재적 한계기업으로 추정되는 세부 평가 대상 기업은 4500여개로 크게 늘었다”며 “부실징후기업으로 전락하기 전에 신용위험 평가 체계를 개선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조적 불황이 아닌 일시적인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정책금융이 적극적으로 ‘브리딩 룸(Breathing Room)’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가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 공동관리 절차를 거칠 당시 충분한 브리딩 룸이 제공됐기에 오늘날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기 사이클 악화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신축적인 자금 공급을 통해 연착륙을 지원해야 한다”며 “반면 글로벌 공급 과잉 등 구조적 불황에 빠진 산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정책금융기관 차원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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