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손실·환율 이중고”…K-정유, 1500원 벽 넘은 환율 ‘애간장’

시간 입력 2026-06-10 09:03:57 시간 수정 2026-06-10 09:03:57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원·달러 환율 1550선 돌파…1500원대 ‘뉴노멀’ 고착화 우려 확산
정유업계, 원유 구매비·운송비 등 원가 부담 확대…수출 제한으로 판매 효과 줄어

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550원선을 돌파하면서 정유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재고 손실과 환차손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6.1원 오른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 시초가 기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기준 환율은 전날보다 22.9원 내린 1512.1원으로 마감했지만, 여전히 1500원대를 웃돌며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되는 ‘뉴노멀’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정유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달러화로 전량 수입해오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원유 구매 비용과 운송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곧 원가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환율 상승이 정유업계에 반드시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역시 달러 기준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정유업계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내 수출 비중은 GS칼텍스 75.1%, HD현대오일뱅크 72.0%, SK이노베이션 55.2%, 에쓰오일 52.9%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3%대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물가가 3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물가지수를 끌어 올렸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과 국내 유류 수급 관리를 위해 석유제품 수출 물량을 전년 동기 이하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 물량은 원화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원유 도입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휘발유·경유·등유의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1%, 24.3%, 99.9% 감소했다.

환차손 부담도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회사의 세전이익은 약 5295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같은 규모의 이익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중동 정세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실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에 따라 지난 5월 110달러를 웃돌았던 브렌트유 가격은 6월 들어서 9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가가 빠르게 하락할 경우, 원재료 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간 시차로 발생하는 ‘레깅효과’로 단기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실제 지난 1분기 국내 정유 4사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증가에 힘입어 합산 영업이익 5조9634억원의 호실적을 거둔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고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여서 환율과 유가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며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유가가 하락하면 환차손과 재고손실이 발생해 업계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