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고유가로 1분기 영업익 73배 껑충…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실적 살얼음판’

시간 입력 2026-05-13 17:56:47 시간 수정 2026-05-13 17: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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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올 1분기 합산 영업익 5조9634억원…전년비 73배 급증
유가 급등으로 재고 이익 확대…3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 120달러↑
미·이란 전쟁 장기화에 불확실성 확대…“종전 협상 결과에 좌우”
석유 최고가격제로 손실 부담 늘어…손실 보전 방식도 불투명

에쓰오일 울산공장. <사진=에쓰오일>

올해 1분기 합산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정유 업계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유가 급등으로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긴 했으나, 지정학적 변수로 인한 일시적 재고 효과인 만큼, 향후 실적 불확실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업계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올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익은 5조96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11억원과 비교하면 약 73배 급증한 수준이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1조8662억원에 비해서도 3배 이상 증가했다.

실적 개선 배경으로는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긍정적 레깅효과가 지목된다. 레깅효과는 원료 투입과 판매 사이 발생한 시차에 의한 영향을 의미한다. 지난 2월 말 미·이란 군사적 충돌로 유가가 급등했고, 보유한 원유 재고 가치가 확대돼 회계 장부상 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전쟁 발발 이후 올 3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28.5달러로, 직전 3개월 평균 63.9달러 대비 크게 상승하며 120달러대를 웃돌았다.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재고 관련 이익은 7800억원, 에쓰오일은 6434억원으로 전체 영업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유가 상승에 따른 레깅효과 반영 및 재고 관련 이익 증가 영향으로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SK에너지의 영업익이 전분기 대비 대폭 증가했다”며 “다만 레깅효과 및 재고 관련 이익은 회계 장부상 숫자로, 향후 유가 하락 시 줄어들거나 소멸될 수 있는 일시적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각 사별 정유 부문 영업익은 △SK에너지 1조2832억원 △에쓰오일 1조390억원 △GS칼텍스 1조5285억원 △HD현대오일뱅크 908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GS칼텍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 차질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유가가 상승했다”며 “등경유를 중심으로 공급 압박이 심화되며 정제 마진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제공=HD현대오일뱅크>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정유 업계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중동 지역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수요 둔화와 원유 도입·운송 비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분쟁 완화로 유가가 하락 안정화될 경우에는 높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의 가치가 떨어져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오일뱅크는 “호르무즈 봉쇄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향후 유가 방향성은 종전 협상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도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부터 2주 단위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 가격 상한을 정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2차 조정에서 유종별 리터당 210원을 인상한 뒤 지난 7일 발표된 5차 가격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으로 발생한 정유사 손실을 원가 기반으로 산정해 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손실 계산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의 업계의 의견이다.

에쓰오일은 “최고가격제 실시로 매수가, 판매가를 국제 석유 가격에 연동시키지 못해 상당 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손실 계산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현 시점에서 손실 금액과 보상 시기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SK에너지의 경영 실적은 재고 관련 일시적 이익과 수출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산은 향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증을 거쳐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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