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가성비 볼륨카드’ EV5…단골 나들이 코스 100km 달려보니

시간 입력 2026-03-04 07:00:00 시간 수정 2026-03-04 17: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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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저온·우천 속 92㎞ 주행…평균 전비 5.1㎞/kWh 기록
4575만~5060만원 재편…서울 기준 실구매가 3700만원대
최고출력 160kW·295Nm…스포티 외관, 성격은 안정 지향
테슬라 모델3와 맞붙는 전기 SUV…기아 EV5 승부수는 ‘공간’

야외 주차가 된 EV5 GT라인의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야외 주차가 된 EV5 GT라인의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기아 EV5가 최근 가격을 조정하며 다시 시장 전면에 섰다. 롱레인지 모델 기준 최대 280만원 인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판매 가격은 에어 4575만원, 어스 4950만원, GT라인 5060만원 수준으로 재편됐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서울 기준 실구매가는 3700만원대 후반에서 42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온다. 테슬라의 연이은 가격 인하 이후 형성된 전기차 가격 민감 구도 속에서 EV5가 어떤 경쟁력을 확보했는지 확인해봤다.

3·1절 연휴를 낀 지난 주말 직접 EV5 GT라인(81.4kWh 배터리, 전륜구동)을 타고 고양시 화정동에서 파주 문지리와 헤이리 예술마을을 오가는 약 100㎞ 구간을 주행했다. 실제 수도권 거주 가족이 주말에 나들이로 갈 법한 생활 동선이다.

◇도심·자유로·국도 혼합 구간…저온·우천 조건

주행은 화정동 도심을 출발해 자유로를 거쳐 파주 문지리 카페 거리와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이어지는 혼합 구간에서 이뤄졌다. 출퇴근 차량이 섞인 저속 도심 구간과 시속 90~100㎞ 수준으로 흐르는 자유로 고속 구간, 신호가 반복되는 국도 환경이 모두 포함됐다. 편도 거리는 약 20~25㎞, 이동과 복귀를 포함한 총 주행거리는 약 92㎞다.

주행 당시 실외기온은 3~9℃로 다소 쌀쌀했다. 전기차 효율에 불리한 저온 환경이었고, 비가 내려 와이퍼를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했다. 실내에서는 열선 시트를 사용했고, 공조 장치는 노멀 모드로 설정했다.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극단적인 절전 주행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조건도 아니었다. 특별한 세팅이 없는 실사용에 가까운 환경이었다.

이 조건에서 계기판 기준 평균 전비는 5.1㎞/kWh를 기록했다. EV5 롱레인지 2WD의 공인 복합전비(5.0㎞/kWh)와 유사한 수준이다. 약 92㎞를 주행하는 동안 배터리 잔량은 약 18% 감소했다. 단순 계산하면 1%당 약 5㎞를 주행한 셈이다. 저온과 우천이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효율 유지력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극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조건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보수적인 전비 성향이다.

기아 EV5 GT라인 옆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기아 EV5 GT라인 옆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GT라인, 외관은 스포티…성격은 패밀리 지향

GT라인은 전용 범퍼와 휠 디자인, 블랙 하이글로시 디테일이 적용돼 기본 트림보다 시각적 존재감이 강하다. 다만 파워트레인은 롱레인지 기본 모델과 동일하다. 최고출력 160kW, 최대토크 295Nm의 전기 모터를 탑재한다.

가속은 전기차 특유의 즉각성을 갖추고 있지만 과격하진 않았다. 도심에서의 출발 가속이나 자유로 합류 구간에서의 재가속은 경쾌하지만, 스포츠 주행을 전면에 내세운 세팅과는 거리감을 느꼈다. 차체가 높은 준중형 SUV 특성상 코너 구간에서는 안정 지향적인 하체 세팅이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구조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통과 시 충격 흡수가 비교적 부드러웠다. 노면 정보를 날것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걸러서 전달하는 방향이다. EV5가 추구하는 방향이 고성능보다는 ‘패밀리 SUV’에 가깝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조수석 동승자도 “탑승감이 안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특성상 구동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고속 구간에서의 풍절음과 노면 소음은 완전히 차단되는 수준은 아니다. 자유로에서 시속 100㎞ 안팎으로 주행할 때 A필러 부근에서 바람 소리가 일부 유입된다. 대화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동급 전기 SUV 가운데 압도적 정숙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실내 정숙도는 내연기관 SUV와 비교하면 한 단계 위에 있다. 일상적인 패밀리카 용도로는 충분한 수준이다.

◇회생제동, 처음 몰아본 전기차…의외로 쉬웠다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몰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생제동이라는 개념도 익숙하지 않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줄어들고, 그 과정에서 배터리를 다시 충전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직접 주행해보니 체감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회생제동 단계를 높여두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차량이 제법 강하게 감속한다. 도심 신호 구간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번만 반복하니 금방 적응됐다. 오히려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발의 피로가 덜한 느낌이었다.

특히 주차장처럼 저속으로 움직이는 구간에서는 차가 급하게 튀어나가지 않고, 페달 반응이 비교적 차분하게 이어졌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EV5에 기본 적용된 가속 제한 보조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능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운전자가 실수하더라도 급가속을 억제하는 장치들이다. 체감 빈도는 높지 않았지만, 패밀리 SUV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분명한 안전 장치로 읽힌다.

2열에서 내부를 촬영한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2열에서 내부를 촬영한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다만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RSPA2) 기능은 기대만큼 매끄럽지는 않았다. 약 다섯 차례 시도했지만 네 번은 주차 공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탐색 단계에서 작동이 중단됐다. 공간 조건이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사용 편의 기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식 성공률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모델3와 맞붙는 가격대…EV5 승부수는 공간

화정에서 파주까지 왕복 약 100㎞를 직접 달려본 결과, EV5 GT라인은 초봄 저온과 비 오는 도로 조건에서도 공인 전비에 근접한 효율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줬다. 주행 감각은 자극적이기보다는 안정 지향적이고 실용 공간은 패밀리 SUV 성격을 분명히 한다.

조정된 국내 판매 가격은 EV5 롱레인지 기준 에어 약 4575만원, 어스 약 4950만원, GT라인 약 5060만원 수준이다. 정부·지자체 보조금과 전환 지원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에어 약 3728만원, 어스 약 4103만원, GT라인 약 4213만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

테슬라 모델3 RWD나 일부 수입 전기 SUV, 국산 내연기관 SUV 상위 트림 등과 경쟁 구도인 가격대다. EV5는 퍼포먼스보다는 공간 활용성과 안정적인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고민하면서도 공간과 실사용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계산해볼 만한 선택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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