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확산에 비상…대한항공 이어 K-해운도 ‘빨간불’

시간 입력 2026-03-03 17:40:00 시간 수정 2026-03-04 06: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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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이란도 보복 공격 나서
중동 공역 제한에 항공업계는 운항편 회항·취소 단행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에 해운사들도 계획 재점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최고 지도자가 사망하고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 혼란이 심화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항공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여기에 이란이 국제 원유 수급과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함에 따라 국내 해운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이어 이란이 중동의 미군 거점을 동시 타격하는 등 양측 간 교전이 계속되면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란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봉쇄 가능성마저 커지면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섰고, 지금까지 해협 인근에서 민간 선박 4척이 공격받아 승조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IRGC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봉쇄를 위협하면서 해협 주변 지역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IRGC 사령관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됐다”며 “통과를 시도한다면 그 어떤 선박이라도 혁명수비대와 정규 해군이 불태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 전쟁 관련 공역 제한으로 항공업계는 운항편을 회항·취소하는 한편 국제 유가 상승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오후 1시 13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두바이국제공항으로 향하던 KE951편(B787-9)을 미얀마 공역에서 인천으로 회항시켰다. 이어 오후 9시 두바이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KE952편도 결항했다. 대한항공은 같은 날 각각 인천과 두바이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KE951편과 KE952편도 사전 결항 조치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중동 노선인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7회(매일) 왕복 운항해 왔다. 향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후속 스케줄을 조정하고, 현지 상황 변동에 따라 당분간 두바이 노선 운항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항 정보를 안내할 계획이다. 과거 대한항공이 운항하던 인천~이스라엘 텔아비브 노선은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이후 현재까지 운휴 상태다.

항공업계는 또 유가 충격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항공사 영업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유 상승분은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모두 상쇄하기 어려워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준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거나 주요 원유 시설에 타격이 발생하면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항공업계의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환율 상승 가능성도 우려 지점이다. 항공사는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해외 체류비 등 주요 고정비용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사진제공=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사진제공=HMM>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SK해운, 팬오션 등 유조선과 벌크선에 주력하는 국내 해운사들에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3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를,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 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하고,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로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수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도 있다.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중동 위기 발생 시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호위 아래 콘보이(호송대) 형식으로 선박이 운영됐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직접적으로 사태에 개입한 터라 이런 방식이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 있거나 인근을 운항 중인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은 30여척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협회는 해협 내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계류토록 조치하고, 인근 선박의 해협 진입을 금지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 중이던 컨테이너선 1척을 두바이항에 정박시킨 상태다. 아직 항로 자체를 우회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위험 구간 주변을 지나는 선박은 해협 내 항만 대신 대체 항만에 화물을 하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리스·독일·일본의 주요 선사들이 이미 운항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해운협회도 HMM과 팬오션 등 회원사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및 선원 안전조치 준수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도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공급망 불안이 우려된다”면서 “봉쇄가 길어지면 해운사들의 운항 지체와 운항비 상승이 발생해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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