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토서 핵심·전략 광물 제련소 확보
공급망 재편 내다본 최윤범 회장 선구안
자원무기화 우려 큰 희토류 시장도 진출

고려아연이 미국 본토에 핵심 광물 제련소를 건설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 중 미국 정부가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 최초의 사례여서 더 주목 받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처럼 해외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련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 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국방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제련소(U.S Smelter)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총 투자 규모는 총 10조9500억원(약 74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90% 이상을 미국 정부가 부담한다.
초기 자금은 고려아연과 미 정부가 함께 출자한 크루서블 JV(합작 법인)를 통해 마련한다. 이후 제련소의 본격적인 건설과 운영은 고려아연의 종속 법인인 크루서블 메탈스가 맡는다. 이는 제련소 건설부터 기술·공정 운영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고려아연이 확보하기 위한 구조다.
미 현지 제련소에서는 연간 110만톤의 원료를 처리해 총 54만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생산 품목은 총 13개 제품으로, 비철 금속인 △아연 △연 △동과 귀금속인 △금 △은, 핵심·전략 광물인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이다. 고려아연이 생산할 13개 제품 중에서 금, 카드뮴을 제외한 나머지 11종은 미 내무부의 ‘2025년 최종 핵심 광물 목록(2025 Final List of Critical Minerals)’에 포함돼 있다.
미 정부와 핵심 광물 분야에서 장기적·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고려아연은 향후 미래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려아연이 미 정부와 손잡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 현지에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과 항공·우주와 같은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의 성장에 따라 핵심·전략 광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제련 시설 대부분이 노후화 되거나 폐쇄돼 자국 내 전략 광물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미국은 이들 핵심 광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인듐, 갈륨 등 핵심 광물은 전량 수입되고 있다. 또한 포탄, 미사일 제조에 필수적인 안티모니, 비스무트 등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70%를 웃돈다.
문제는 이들 전략 광물이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다 보니, 광물 자원 부국을 중심으로 자원 무기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일부 국가가 장악하고 있는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략 핵심 광물을 자원 무기화 하는 추세에 맞춰, 최 회장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전격적으로 밀어붙였다. 그간 미국이 추진해 온 핵심 광물 공급망 자립과 경제 안보 강화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세계 1위 비철 금속 제련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 덕분에 가능했다.
실제, 최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핵심·전략 광물에 대한 공급망 문제에 주목했다.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최 회장은 “전략 광물을 무기화하는 현실을 마주해보니, 자유 시장에 대한 신뢰와 자유 무역의 황금기가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다”며 “아쉬운 일이지만 미국과 동맹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더욱 견고한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50년 넘게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해 비철 금속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립해 온 고려아연은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직면한 전략 광물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이 그리는 글로벌 공급망에는 전략 자원인 희토류도 포함돼 있다. 고려아연은 희토류를 분리하는 기술을 보유한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희토류 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한 축인 자원 순환 사업을 이끄는 미국 페달포인트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페달포인트가 구축한 자원 순환 사업을 기반으로 도시 광산에서 희토류 산화물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할 방침이다.
전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90% 이상이 특정국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페달포인트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기차 모터와 풍력 터빈, 방위 산업 시스템에 필수적인 희토류 산화물을 한·미 양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을 통해 한·미 핵심 광물 공급망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희토류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우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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