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 도크 4개·건조 능력 20척으로 확대 계획
美 상선 수요 대응…두 번째 미국 조선소 인수도 검토
미국 함정 사업 진출 준비…잠수함 분야 확장 가능성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 확장과 현지 조선소 추가 인수를 적극 검토하며 상선뿐 아니라 함정 수요 대응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의 생산 시설과 저장 부지를 확장하기 위해 연방·주·지방정부와 논의를 시작했다.
한화는 그간 필리조선소 확장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이번 논의에는 필라델피아 지역 조선소의 미사용 도크나 활용도가 낮은 도크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초과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필리조선소가 아닌 다른 조선소의 도크에서 건조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미국 내 다른 조선소 인수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미국 내 방위산업을 총괄하는 한화디펜스USA의 마이클 쿨터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조선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필리조선소 생산 확대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어 “향후 수년 내 다른 지역에서 두 번째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화가 2024년 12월 50억달러에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과거 미 동부 최대 규모의 해군 조선기지였지만, 냉전 이후 미국 조선업 쇠퇴와 더불어 상선을 연간 1척만 생산할 정도로 기능이 위축됐다. 현재 필리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19척에 이른다. 다만 도크는 2개,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약 1.5척에 불과해 앞으로 늘어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의 ‘미국 조선산업 분석 및 한미 협력에서의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미국 정부의 마스가 추진으로 오는 2037년까지 상선, LNG 운반선, 해군 군함 등을 포함해 403~448척의 선박이 발주될 전망이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도크를 4개로 늘리고, 연간 선박 건조 능력도 최대 20척으로 키워 선박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할 계획이다.
한화가 마스가 추진에 속도를 내는 직접적인 이유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군비 증강이 지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9010억달러)보다 50% 이상 증액한 1조500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3% 안팎에서 5%로 높아진다.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의 드라이 독(건조시설)에서 건조 중인 선박.<사진=연합뉴스>
업계는 한화가 올해 마스가 관련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MASGA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온전히 한화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며 “한미 관계의 린치핀, 즉 핵심 동반자로서 군함과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양국 조선업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미국 함정 사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 조선·방산 업체 오스탈의 지분 19.9%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호주 정부가 방산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을 20%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무인함정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하보크AI와 손잡고 미사일 발사, 화물 수송, 감시 임무가 가능한 200피트(약 60m)급 무인수상정(USV) 개발·양산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인함정 전력에 30억달러 예산을 별도로 배정한 만큼 미 해군이 검토하는 수백 척 규모의 USV 도입 사업을 수주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필리조선소는 한미 정상 합의에 따라 개발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후보지로도 거론된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에서 미 해군의 핵잠을 건조하기 위한 준비에 이미 착수했다. 다만 건조 장소를 두고는 한미 양국 정부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쿨터 대표는 “한화는 미국이나 한국 어느 곳에서도 잠수함을 건조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양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필리조선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미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하면서 신예 프리깃함(호위함)들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예정이라고 언급하는 등 마스가의 상징적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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