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조업 쿼터’로 통합…외국인력 이탈 가능성
3년 치 일감 확보한 빅3 고심…인력난 심화 우려도
E-7 인력 유출 시 생산 차질…숙련공 육성 대책 필요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인도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사진제공=HD현대>
정부가 올해부터 ‘조선업 전용 쿼터’를 폐지하고, 이를 ‘제조업 쿼터’로 통합 운영키로 하면서 조선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 빅3인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3년 치 수주 물량을 이미 확보한 데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가동을 앞두고 일감이 늘어난 상황에서 외국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 외국인력이 조선업보다 업무 강도가 낮은 일반 제조업 분야로 이동할 경우 인력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로 조선업 전용 E-9(비전문취업) 쿼터를 폐지한다. E-9 비자는 정부의 고용허가제에 따라 제조업 및 농축산업 등에서 단순 노무 분야에 종사할 외국인력에 발급하는 비자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조선업 전용 E-9 쿼터는 2023년 4월 조선업 수주 회복 국면에서 급격히 불거진 조선소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단순기능 외국인력을 위한 E-9 비자에서 일반 제조업 쿼터와 분리해 조선업 전용 몫을 별도로 설정했고, 모집 단계부터 업종 적합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했다. 제도 설계 단계부터 상시 제도가 아닌, 올해 말까지 한시 운영을 전제로 한 비상 대응책이었다.
현재 조선업 전용 E-9 쿼터를 통해 채용된 조선소 내 외국인 노동자는 약 80%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당 쿼터 도입 이후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외국인력 비율은 2021년 5%에서 지난해 18%로 증가했다. 조선업 전용 E-9 쿼터는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함께 외국인력의 조선업 분야 숙련직 전환을 위한 E-7(특정활동) 비자 발급의 사다리 역할도 해왔다.
문제는 올해부터 조선업 전용 쿼터가 사라져 일반 제조업 쿼터로 통합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 외국인력이 조선업 대비 업무 강도가 낮은 일반 제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조업 전체 E-9 쿼터가 올해 7만2000명에서 내년 5만명으로 2만여명 감소하는 부분도 부담이다. 당장은 인력 수급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인력난이 심화하면 조선업은 물론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정부는 조선업 전용 쿼터의 실효성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쿼터 도입 첫해인 2023년에는 배정 쿼터 2340명 중 1944명이 실제 발급받아 소진율이 83.1%에 달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5000명 배정 중 1509명 발급에 그쳐 소진율은 30.2%로 급락했다. 지난해도 11월 말 기준 발급 인원은 820명으로 배정 인원 2500명 대비 소진율이 32.8%에 머물렀다.
지난해 글로벌 발주 감소에도 3년 치 수주 물량을 일찌감치 확보한 조선 빅3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181억6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180억5000만달러)을 초과 달성했다. 한화오션도 총 98억3000만달러를 수주해 전년도 수주량인 89억8000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삼성중공업도 총 74억달러 규모를 수주했고, 향후 해양플랜트 추가 수주도 예정돼 있다.
특히 올해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국내 조선소 일부 인력의 미국 투입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력난이 심화할 수 있다. 조선업계 핵심 인력인 E-7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력 수급에도 부정적이다. 이들이 맡고 있는 용접과 전기, 도장 등 작업은 선박 건조의 필수 선행 공정이자 대체가 어려운 전문 영역이다. E-7 인력 공백이 곧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셈이다.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일감이 많이 쌓인 상태에서 벌어지는 외국인력 이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선박 납기를 맞추기 위한 인력이 더 필요해 인력 공백은 크게 느껴질 것”이라며 “외국인 인력 이탈을 막고 내국인 숙련공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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