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 ③ ESS로 활로 찾는 배터리…위기의 K-화학, 뼈 깎는 구조조정

시간 입력 2025-12-12 07:00:00 시간 수정 2025-12-11 17: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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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ESS 새 활로 찾는 배터리…위기의 K-화학, 통합·구조조정으로 체질개선

2025년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로 대표되는 전동화 전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배터리 3사는 고객사의 재고 조정 여파로 계획했던 증설 일정을 잇달아 늦춰야 했다.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한파와 함께 트럼프 리스크도 올해 배터리 업계에 부담을 준 요소 중 하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를 약화시키는 내용을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통과되면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기회도 찾아왔다.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장벽이 더욱 두터워지면서 미국 내 공장을 갖추고 있는 K-배터리 3사의 경쟁력은 더 강화됐다.

또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인공지능(AI)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과 신재생에너지 설치 등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더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K-배터리 3사 부진 속 IRA 세액공제가 버팀목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실적 부침을 겪었지만 IRA 세액공제는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당초 우려와 달리, 큰 틀의 기조가 유지되면서 배터리 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AMPC는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면 해당 기업에 제공하는 혜택으로, 세액공제를 받거나 미 연방정부로부터 직접 환급 또는 다른 납세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 배터리의 경우 셀은 1kWh당 35달러, 모듈은 1kWh당 10달러를 지급한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배터리 3사의 IRA AMPC 수령액은 총 2조1264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조313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SK온(6172억원), 삼성SDI(1953억원)도 혜택을 봤다. 회사별 IRA AMPC 수령액은 단계적 축소가 진행될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증가할 전망이다.

배터리 3사 제품 이미지. <사진=각사>

◇삼원계 배터리에 LFP 배터리로 선회…포트폴리오 확대

배터리 3사는 주력으로 생산했던 NCM·NCA와 같은 삼원계 배터리 뿐만 아니라 LFP 배터리 생산에도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한다. 배터리의 주요 사용처가 전기차에서 ESS 등으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전기차의 용량과 주행거리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에 비해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는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다. 연비 등을 고려했을 때, 배터리 무게가 중요한 전기차 시장에서 삼원계 배터리는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움직이지 않고 고정돼 있는 ESS는 무게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LFP 배터리가 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맞춰,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내 중국산 배터리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 수주 가능성이 열린 점도 기술 개발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기술 개발 성과에 따라 신규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테슬라로 추정되는 미국 기업과 5조9442억원에 달하는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단일 계약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SDI도 지난 10일 미주법인 삼성SDI 아메리카(SDI America, SDIA)를 통해 2조원을 웃도는 ESS용 LFP 배터리 수주를 알렸다. 각형 LFP 배터리가 탑재된 일체형 ESS 배터리 솔루션 SBB 2.0 모델을 공급할 전망이다.

SK온은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약 2조원 규모로 당장 내년부터 플랫아이언이 추진하는 매사추세츠주 프로젝트에 파우치형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을 공급한다.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사진=LG에너지솔루션>

◇존재감 커진 ESS…캐즘 한파속 효자사업으로 부상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ESS 시장이 배터리 업계의 새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 필요한 시기에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병원, 은행과 같이 정전이 일어나면 안 되는 곳에서 항상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돼 왔다. 그러나 AI 산업의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로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늘면서 발전한 에너지를 저장한 후, 전력 수요가 많아지는 피크타임에 공급하기 위해 설치하는 ESS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ESS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지역 중 하나다. 미국 내 ESS 누적 설치량은 지난 2023년 19GW 수준에서 2030년 133GW, 2035년 250GW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 540MW 규모로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중으로 제3차, 제4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 각각 비슷한 규모로 진행됨에 따라 수주 경쟁도 지속될 전망이다.

K-화학, 통합·구조조정으로 체질 개선

화학 업계는 장기간의 불황으로 통합·구조조정의 한파와 맞딱뜨리고 있다. 에틸렌과 같은 범용 화학 제품이 중국·중동 등의 추가 증설로 공급과잉 상태에 빠졌다. 그간 화학 업계의 안정적인 수익을 책임졌던 만큼, 적자가 이어지더라도 기초 소재 사업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컸다.

그러나 중국·중동 등의 저가 공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가 범용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반도체, 배터리 등의 첨단 산업부터 식품, 의류 등의 생활 산업까지 모든 제조업의 근간인 화학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여천NCC 에틸렌 공장 전경. <사진=여천NCC>

◇떨어지는 가동률에 수익성도 바닥

K-화학의 위기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의 경쟁력 저하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NCC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설비로, 글로벌 저가 공세게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NCC 수익성을 에틸렌 스프레드를 통해 가늠한다. 에틸렌이 NCC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만큼, 수익성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틸렌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톤당 300달러 수준으로 250달러를 넘겨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20.4달러를 기록하면서 손익분기점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국 화학 업계는 고육지책으로 NCC 가동률을 줄이게 됐다. 국내 기업의 NCC 가동률은 80% 수준에서 70%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화학 업계의 실적을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수석유화학산단 전경. <사진=여수시>

◇부진 장기화 우려 속 통합·구조조정 속도

내년에도 화학 업계의 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화학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았고 범용 제품 비중이 높았다. 

화학 업계는 통합·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법인인 HD현대케미칼에 NCC 설비를 통합하고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으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도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 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엄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모든 일정이 일시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 8월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참여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자율협약식’을 통해 최대 370만톤 감축목표를 제시했지만, ‘선자구 노력, 후 정부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화학 업계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결과물로 도달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도 모른 채 대규모 설비를 재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제도적 지원도 불안정한 탓도 있었다.

다만 지난 10월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금융지원 설명회를 개최해 지원 방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번달 석유화학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적 기반도 갖췄다. 단기적인 성장 지연이 있더라도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NCC 통합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법인인 여천NCC는 3공장 가동을 멈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도 외부 컨설팅 기관 자문을 통해 재편 계획을 세우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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