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돌파구 찾는 현대차·기아, 픽업트럭 카드 꺼냈다

시간 입력 2025-09-29 17:40:00 시간 수정 2025-09-30 06: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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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고율 관세 부담…중형 픽업 출시 준비
북미 픽업 공략 포석…GM·포드 과점 숙제
친환경차 경쟁력 기반 전기 픽업 개발 전망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의 25% 고율 관세 부담에 고수익 차종인 픽업트럭으로 수익성 개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중심으로 한 현지 브랜드가 시장을 과점한 가운데 성장세가 가파른 친환경 픽업트럭이 현대차·기아의 공략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픽업트럭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 이전까지 중형 픽업트럭을, 기아는 신규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중형 전동화 픽업트럭을 개발해 현지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북미에서 판매하고 있는 픽업트럭은 현대차 싼타크루즈 1종뿐이다. 기아의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의 경우 북미를 제외한 한국·호주·아프리카·중동 등 신흥 시장에만 출시됐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나란히 픽업트럭 신차 출격을 예고한 것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7일 발표한 GM과의 차세대 차량 공동 개발 계획에도 픽업트럭이 포함돼 있다. 현대차와 GM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소형 픽업·소형 승용·소형 SUV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5종을 개발할 예정이다.

공동 개발 과정에서 GM은 중형 픽업트럭 플랫폼 개발을, 현대차는 소형 차종과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각각 주도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해당 차량들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대 이상의 생산 및 판매가 기대된다”며 “픽업트럭, 상용차 등 북미 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도전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싼타크루즈.<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싼타크루즈.<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가 GM과 개발 중인 중형 픽업과 소형 픽업 모두 중남미 시장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픽업 제조 노하우를 쌓고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위협받는 북미 시장에서의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조치 중 하나로도 풀이된다.

픽업트럭은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며, 중소형 차급보다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모델로 꼽힌다.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픽업트럭 내수 판매량은 285만3786대로 전체의 17.9%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 세계 픽업트럭 판매량의 6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는 204만68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다만 GM과 포드·스텔란티스·도요타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과점 구도는 현대차·기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기준 미국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을 보면 GM이 35.6%(101만5840대), 포드 30.9%(88만3207대), 스텔란티스 13.9%(39만7888대), 도요타 12.3%(35만2341대) 순이었다.

반면 현대차의 연간 점유율은 지난 4년간 1% 안팎에 그쳤다. 2021년 미국에 출시된 싼타크루즈는 지난달까지 누적 13만4075대가 팔렸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 기아관 ‘타스만 존’에 전시된 타스만 위켄더.<사진제공=기아>
‘2025 서울모빌리티쇼’ 기아관 ‘타스만 존’에 전시된 타스만 위켄더.<사진제공=기아>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경쟁력이 북미 픽업트럭 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아가 준비 중인 픽업트럭은 전동화 모델이고, 현대차가 GM과 개발하는 픽업트럭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에 대한 인기가 높다”며 “차별화를 위해 전기 픽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친환경 픽업트럭 내수 판매량은 28만950대로 전년 대비 64.6% 급증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 픽업트럭이 18만9051대로 67.3%를, 전기 픽업트럭이 9만1899대로 32.7%를 차지했다. 픽업트럭 중 친환경 모델 비중은 2021년 1.7%(4만6281대)에서 2022년 4.2%(11만1737대), 2023년 6.2%(17만709대), 2024년 9.8%로 상승했다. 올해 1~8월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11.6% 증가한 21만1947대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키움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포드의 북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대부분은 매버릭, F-150 픽업트럭 2개 모델이 담당하고 있다”며 “현재 내연기관만 출시된 현대차 싼타크루즈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경우 흥행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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