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③ 막오른 ‘쩐의 전쟁’, AI 전략 ‘주춤’…“AI ‘돈줄’ 끊기나”

시간 입력 2025-07-11 07:00:00 시간 수정 2025-07-10 17: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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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AI’ 점찍은 이통 3사, 가입자 유치전에 AI 청사진 ‘흔들’
마케팅 비용 급증, AI 투자재원 축소 불가피…SKT 타격 가장 클 듯
정부, ‘범국가적 AI’ 정책 기조 속 과열경쟁 중재 나설지 ‘주목’

단말기 유통법이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에 단통법 폐지가 불러올 단말기 유통 시장 변화를 전망하고, 유통 현장의 목소리와 시장 과열이 향후 이통 3사의 투자 방향에 미칠 영향까지 다각도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폐지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동통신 3사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쩐의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이로인해, 하반기 마케팅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 되면서, 차세대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투자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3사중 가장 공격적으로 AI 투자를 단행해 온 SK텔레콤이 마케팅 비용 쏠림 심화로 가장 큰 타격이 예고되고 있다.

◆ 마케팅비 묻지마 투자AI 투자 ‘주춤’ 우려

증권가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 과열로 인해 이통 3사의 하반기 마케팅 비용은 각 사당 전년 대비 수백억~2000억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당초 예상보다 단말기 유통 시장이 과열되면서, AI 사업 재원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통 3사는 정체된 통신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특히 SKT는 ‘AI 피라미드 전략 2.0’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AIDC)와 B2B 전용 AI 플랫폼(AIX) 구축, AI 에이전트 ‘에이닷(A.)’ 고도화 등 3사 중 가장 활발히 AI 사업을 펼쳐왔다.

KT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맺고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고, 최근에는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LG AI연구원의 파운데이션 모델인 ‘익시젠(ixi-GEN)’을 기반으로 한 자체 개발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기반으로 AI 보안 기술 등 통신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로 가입자 뺏기 경쟁이 재점화 되면서 AI 청사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당장 눈앞의 가입자를 지키고 뺏어오는 것이 급선무가 되면서, AI와 같은 장기적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CEO스코어데일리>
<그래픽=CEO스코어데일리>

◆ SKT, AI 사업 지연 우려…KT·LGU+는 비교적 양호

가장 뼈아픈 곳은 SKT다. 유영상 SKT 대표는 최근 해킹 사태와 관련해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게 되면서 AI 투자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졌다. 상당히 뼈아픈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SK텔레콤의 미래는 AI에 있는 만큼 시기는 늦어지겠지만 성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지만, 속도 조절이 불가피함을 시인한 셈이다.

SKT는 지난 4일 연간 예상 매출액을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 했으며, 증권가에서는 SKT의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SKT가 추진해 온 에이닷 유로화나 해외 시장을 겨냥한 AI 에이전트 ‘에스더(Esther)’의 상용화 계획 등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SKT는 올해 화두로 ‘돈 버는 AI’를 제시했지만 에이닷 유료화 시점은 아직까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T의 AI 사업은 기업과 공공부문 고객 중심인데다, LG유플러스 역시 LLM 출시 후 서비스를 고도화 하는 단계에 있어 당분간 대규모 신규 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경쟁사의 혼란 속에서 반사이익을 본 측면도 있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기존 계획을 유지할 여력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그래픽=사유진 기자>
<그래픽=사유진 기자>

◆ ‘소버린 AI’ 내건 정부, 경쟁 완화 조치 가능성도

AI 시대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할 통신사들이 주춤하면서, ‘K-AI 이니셔티브 전략’을 통해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정부는 총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소버린 AI(주권 AI)’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핵심 플레이어인 통신사들이 마케팅 출혈 경쟁에 발목 잡혀 AI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일시적 경쟁 완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미 한 차례 통신 시장 과열을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이통 3사 마케팅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과열 경쟁 자제를 요청하는 등 시장 안정화에 나선 상태다.

당사자인 통신 3사도 AI를 비롯한 신성장 사업에 전력투구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체기에 접어든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뺏고 뺏기는 출혈경쟁을 펼쳐야 하는 현 상황이 만족 스럽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범국가적 AI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는 만큼, 통신사들의 AI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하되, 허위·과장 광고 등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시장 과열을 막는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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