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기능 총리실 이관 검토…기재부 권한 조정 본격화
금융정책·감독 기능 분리…금융위 체계 재설계
법령 개정·조직 저항 넘을 실행력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정부에서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의 권한 분산 및 조직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권한 집중 해소’를 국정 철학으로 내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제21대 대통령에 공식 당선되면서, 재정·금융 정책의 구조적 변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기재부 예산권 분리…‘경제 컨트롤타워’ 재편 신호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집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기재부의 예산 편성권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조직을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는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기재부가 독점해온 권한을 분산하고, 예산 편성과 경제정책 간 이해충돌 우려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예산 기능을 이관함으로써 대통령 중심제하에서도 정책 중립성과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특히 현행 체계는 기재부가 예산 편성과 집행 관리, 경제정책 수립까지 광범위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해 상충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예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편성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금감원 개편…소비자보호기구 신설도 검토
금융당국 개편 역시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금융은 기재부가, 국내금융은 금융위가 맡는 현재 체계가 뒤섞여 있다”며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감독 기능은 별도 금융감독위원회로 분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현행 금융위가 정책, 감독, 인허가까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감독의 독립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구조 개편으로, 금융감독위원회는 인허가·제재·검사·감독을 총괄하고 금융감독원은 그 집행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구도가 유력하다.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검토된다.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처를 독립기구로 격상하거나, 별도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근 금융사기와 고위험 금융상품 이슈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한 데 따른 조치다.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정책공약집에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안도 포함됐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감독 범위를 넓히고 검사 권한을 부여해 독립성을 제고하고,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금융당국에 대한 외부 평가체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실질적 개편 위한 실행력 확보해야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단순한 행정부 재편을 넘어 향후 재정·금융 정책 전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변화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당국과 업계 전반의 구조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유사한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여권 내부와 전문가 일부에서 기재부 권한 집중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조직개편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특히 기재부는 당시 여당 내에서도 ‘저항 세력’으로 불리며, 조직개편 시도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개편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 간 기능 중첩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수습됐다.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할 때, 이재명 정부가 실질적인 개편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구체적 법령 개정과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이번 정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실행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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