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1분기 인도기준 수주 잔고 약 192조원 달해
호황기로 일감 몰려…美中 갈등‧환경규제 반사이익까지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잔고가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선업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인도기준 수주잔고는 1372억5800만달러(약 192조원)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742억2800만달러(약 104조원)로 가장 많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을 앞세워 순항 중이다.
올해 신규 물량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 총 64억9000만달러(53척)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치(180억 5000만달러)의 35.9%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LNG 벙커링선 4척,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 운반선 6척, 에탄 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34척, 탱커 6척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각각 314억3000만달러(약 44조원), 316억달러(약 44조원)로 나타났다. 한화오션은 올 들어 현재까지 LNG 운반선 2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초대형 원유운반선 6척 등 총 14척, 약 30억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LNG 운반선 1척, 셔틀탱커 9척, 에탄 운반선 2척, 유조선 4척, 컨테이너 운반선 2척 등 총 18척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26억달러(약 3조7000억원)로, 연간 목표인 98억달러의 27%를 달성했다.
조선 3사는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436.3% 늘어난 8592억원에 달했다. 한화오션은 1분기 영업이익이 258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보다 388.8% 증가했고, 삼성중공업도 58% 늘어난 12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3년 전부터 강화했던 선별 수주 효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수익성이 낮았던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을 털어내고,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
업계에서는 조선 3사의 수주잔고가 연내 200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데다 강화된 환경규제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조선업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등 장밋빛 전망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0월부터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중국산 선박 비중을 줄이고 국내 조선업체에 발주를 늘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IMO가 오는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대형 선박들을 대상으로 강화된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조선 3사가 강점을 지닌 LNG·메탄올·암모니아 추진선 등에 대한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미 조선·방산 협력도 현실화되고 있다.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찾아 선박 건조 역량을 확인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 해군은 향후 30년간 총 364척의 함정을 건조하기 위해 1조750달러(약 1600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각각 조선소 현장에서 펠란 장관을 안내하기도 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황 호조세에 힘입어 생산성 향상 및 건조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를 이어가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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