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SKT 가입자 3만4132명 이탈…60%는 KT로, 나머지는 LGU+로 이동
해킹 사태 틈타 가입자 유치전 가열…KT·LGU+, 유심 보호 서비스 내세워 홍보
은행권·편의점 알뜰폰도 주목…GS25 알뜰폰 유심 매출 147.8% 급증

유영상 CEO가 지난 25일 진행된 고객보호 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사과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출처=SK텔레콤>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로 통신업계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유심 대란으로 SKT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로의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 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은행계 알뜰폰 사업자들도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사자인 SK텔레콤은 유심 무료 교체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재고 부족과 고객들의 불만이 겹치면서 가입자 사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8일 유심 무료 교체가 시작된 하루 동안 3만4132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신규 가입자(8729명)를 고려하더라도 순감 규모는 2만5403명에 달한다. 이탈한 가입자의 약 60%가 KT로, 나머지는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T는 이날 2만1343명의 신규 가입자를, LG유플러스는 1만4753명을 각각 유치하며 기록을 작성했다. 업계에서는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까지 감안하면 실제 SKT 가입아 이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SK텔레콤의 하루 이탈 규모가 200명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무려 100배 이상이 급증한 셈이다.
SK텔레콤은 28일부터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했지만, 이틀째인 29일에도 일선 이동통신 대리점에선 혼란 그 자체였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리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매장당 유심 재고는 하루 50~100개에 불과해 절반 이상이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 역시 동시 접속자가 급증하면서 대기와 접속 지연이 반복됐다.
이날 유심 교체를 완료한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약 1%인 23만명에 그쳤고, 263만명이 추가로 온라인 예약을 마친 상태다. SK텔레콤은 현재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5월 말까지 500만개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지만 2500만명의 전체 가입자 규모를 감안하면 모든 교체를 완료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교체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대기 줄이 늘어섰다. <출처=연합뉴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이를 기회로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KT는 일부 매장 전면에 ‘SKT 유심 해킹 걱정 없이 KT로’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공식 홈페이지 ‘KT닷컴’과 ‘마이케이티’ 앱 첫 화면에도 ‘타사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안내’ 팝업을 띄워 유심 보호 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홈페이지에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배너를 걸고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알뜰폰 업계도 반사효과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의 187만 알뜰폰 가입자와 일부 일반 이용자들이 편의점에서 직접 알뜰폰 유심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GS25는 22일부터 27일까지 알뜰폰 유심 매출이 직전 주 대비 147.8% 증가했으며, SK세븐모바일 유심은 같은 기간 667.4%, 주말(26~27일) 기준으로는 2102.3% 급증했다. 세븐일레븐도 유심 매출이 전주 대비 2배로 늘었고, 이마트24 역시 전월 대비 44.2%, 전주 대비 53.2% 증가해 일부 편의점에서는 품절 사태까지 벌어졌다.
은행계 알뜰폰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과 우리은행의 ‘우리WON모바일’은 해킹 사태 이후 가입 문의가 급증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를 통해 비금융 수익 다변화와 청년층 고객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해킹 사고 이후 신규 고객이 늘었다”고 밝혔고, 우리은행도 “고객센터에 유심 보호 서비스와 번호이동 방법 문의가 증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경쟁사로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 되자, SK텔레콤 일부 매장에서는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워 방어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 SKT 대리점에서는 갤럭시S25 기본 모델을 5만원대에 판매하거나 차비(페이백)를 얹어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매장에서는 ‘공짜폰’, ‘차비폰’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유심 무상 교체와 피해 발생 시 전액 보상 등 전사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선데 이어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심 대란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국회에서도 “번호 이동을 희망하는 피해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위약금 부담 때문에 이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SKT는 모든 가입자에 위약금 없는 자유로운 번호 이동을 즉각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전체 피해 규모는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번 유심 정보 해킹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4월 19일 밤 11시 40분 해킹 사실을 인지했고, 72시간 이내인 4월 22일 신고를 완료했다. 현재까지 유출된 데이터는 약 9.7GB에 달하며, 문서로 환산하면 약 270만 쪽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분량이면 사실상 거의 모든 가입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유출 사태의 배경에 SK텔레콤의 정보보호 예산 삭감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SK텔레콤은 2022년 627억원이었던 정보보호 투자액을 2024년에는 600억원으로 줄였다. 같은 기간 KT는 19%, 개인정보 노출 사태로 홍역을 치른 LG유플러스는 116%에 달하는 보안 투자를 늘린 것과 대조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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