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매물 전락하나…MG·롯데손보·KDB생명, M&A 매력도 급락 이유는

시간 입력 2025-02-17 17:44:55 시간 수정 2025-02-17 17: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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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1년 새 순익 91% 급감…M&A 성사에 ‘찬물’
MG손보, 노조 반발에 인수 늦어져, 불발시 청·파산 예고
KDB생명, 10년 넘게 매물로 등장…건정성 악화 발목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KDB생명 등 보험사 인수합병(M&A) 매물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보험사 M&A 시계 초침이 느려지는 모양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M&A 최대어로 꼽히던 롯데손보는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의 매각은 원매자가 등장했음에도 각종 마찰로 인해 완주까지 ‘산 넘어 산’ 형국을 그리고 있다. KDB생명은 10년 넘게 새 주인 찾기에 공을 들였지만 아무도 찾지 못한 채 결국 국책은행의 자회사로 남게 됐다.

◇ ‘첩첩산중’ 롯데·MG손보, 건전성·노조 리스크 발목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91% 감소한 2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기순이익 감소는 금융당국의 조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시장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신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이 2023년 말 213.2%에서 지난해 3분기 159.8%로 53.4%포인트 급감한 데다가, 최근 자본 확충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마저 연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정기검사 직후 수시검사에 곧바로 착수한 것도 롯데손보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 증폭에 한 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대에 형성돼 있는 매각가는 향후 M&A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6월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포기하면서 “보험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적정하다고 판단한 가격을 과다 지급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이후 롯데손보 매각은 상시 체제로 전환됐다.

MG손보 매각은 예금보험공사와 원매자인 메리츠화재, 그리고 MG손보 노조 간 파열음으로 인해 실사 작업이 막히면서 답보 상태다. 이에 예보는 지난 12일, 실사 작업을 반대하는 MG손보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MG손보 노조는 실사 작업 거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MG손보 노조가 재차 이의신청을 제기할 경우 매각을 위한 실사 작업은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예보는 MG손보가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이미 4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때마다 시장에 각인된 부실에 대한 우려, 금융당국과의 법정 공방 등으로 매각은 좌초됐다. MG손보의 킥스비율은 지난해 3분기 43.3%를 찍으며 업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원매자로 나서며 매각 불씨를 살렸지만 이마저도 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예보는 지난달 “MG손보 매각이 이번에도 어려울 경우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KDB생명, 매력도 10년 넘게 ‘제로’…“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

KDB생명은 10년 넘게 매각 시장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지금은 한국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중단하고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KDB생명의 재무 상태를 개선한 뒤 매각에 다시 나설 방침이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해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은 아픈 손가락 중 정말 아픈 손가락”이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원매자가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KDB생명 매각은 2023년 7월 하나금융그룹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매각가, 건전성 부실 등을 이유로 KDB생명 인수를 포기했다.

KDB생명의 킥스비율은 지난해 3분기 179.5%를 찍으며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 넘겼지만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66.3%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채권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최소 1조원 안팎의 자본확충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는 결국 원매자 부담으로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들 3개 보험사의 M&A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경제 사정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금융당국발 회계 제도 변경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실장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경제성장률 둔화는 소득 증가 둔화, 계약유지 약화 등을 통해 2025년 보험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부채 할인율 하락, 금리위험 증가 등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킥스 도입 이후 제도 현실화 과정에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규제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지금의 전망치보다 실제 수치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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