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MAGA’ 트럼프 귀환에 환율 변동성↑, 통화정책 난맥

시간 입력 2025-01-22 17:25:00 시간 수정 2025-01-22 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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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 요동
취임 초기 관세 정책 시행 여부에 촉각
한은, 1월 금리 동결로 숨고르기…2월 인하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들고나온 ‘미국우선주의’로 인해 원·달러 환율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취임식 이후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이 요동치는 것이다. 경기 부양과 환율 관리 사이에서 통화정책 줄타기를 이어나가는 한국은행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금리 정책 설정도 쉽지 않다. 당장 트럼프 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드러날 정책방향과 오늘 28∼2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완화 속도 관련 언급과 함께 국내 재정 집행 상황이나 추가경정예산 여부 등을 고려해야할 복잡다난한 시기를 맞았다. 

◇트럼프 말 한마디에 외환시장 출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47대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사를 통해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며 미국우선주의를 국정 모토로 내세웠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확정 이후 관세 정책 우려가 커지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행보 예고, 비상계엄부터 탄핵으로 이어진 국내 정치적 상황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기자설명회에서 “환율이 계엄 전 1400원에서 1470원으로 오른 것 중 50원은 세계 공통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예상과 달리 트럼프가 취임 당일 극단적인 관세 정책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정규장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2원 내린 1439.5원을 기록했다. 정규장 종가가 143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12월18일(1435.5원) 이후 21거래일 만이다.

1430원대 환율은 약 5주 만이다.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고강도 관세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약화됐다는 판단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행한 강력한 무역분쟁 시사나 여타 국가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 언급이 나오지 않으면서 달러화는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우려와 달리 유화적인 공약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배경에는 아무래도 공격적인 공약 추진이 물가와 국채 금리에 자칫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저물가·저금리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무리한 공약 추진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재발하는 것을 원치 않은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21일 오전 한때 10원 이상 치솟았다. 트럼프가 내놓는 발언마다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셈이다.

닉 리스 거시 모넥스 유럽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은 트럼프의 첫날 관세가 논의에서 제외됐다는 헤드라인을 위안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며 “우리는 이러한 확신이 약간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월은 쉬어가는 시간…2월 금리 인하 가능성 높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초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방향에도 상당한 관심이 쏠린다. 이달 통방에서 한은 금통위원들이 경기 상황만 놓고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음에도 불확실한 국내외 정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유일하게 소수 의견을 낸 신성환 위원은 “환율 상승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경기 둔화로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도 경기에 중점을 두고 금리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1월 금통위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 평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6~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직전 전망치는 1.9%였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올해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역시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 11월 한국은행은 대중 관세의 공세적 추진 등으로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크게 강화된다고 가정해 경제전망을 했다”면서 “1월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들이 보다 구체화 텐데, 이에 따라 11월에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좀 더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통방에서 금리인하를 점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환율이 불안하니 잠시 쉬어가겠다’로 정리 가능하다”며 “1월은 불가피한 휴식시간이고 연내 3회 인하해 연말 기준금리 2.25% 수준, 2월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큰 틀의 금리인하기는 유지하면서 ‘속도 조절’ 차원의 동결로 풀이된다”며 “2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며, 추가로 5월과 8월까지 추가인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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