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대손상각비 3.1조…1년새 2.57%↑
현대카드, 1년새 대손상각비 38% 늘며 천억 증가
“본업 쇠퇴에 카드론 늘리며 수익 보존, 진퇴양난”

카드업계가 고객에게 여신을 제공 후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로 처리한 금액이 올해 3분기에만 3조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미 예년 한 해 동안 지불했던 대손상각비 규모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여기에 카드론 등 대출상품 판매가 최근 들어서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어 업계의 대손상각비 부담 역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카드업계의 경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카드론 잔액을 줄일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대손상각비는 총 3조11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338억원)보다 2.57% 증가한 금액이다.
대손상각비란 차주에게 대출을 진행해 줬으나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 처리한 비용을 뜻한다. 카드사의 경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다. 현금서비스·카드론·리볼빙 등 대출성 상품을 판매한 뒤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채권이 발생할 경우 대손상각비로 손실 처리하게 된다.
이처럼 대손상각비가 증가했다는 것은 돌려받지 못할 채권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카드사가 회수를 포기해야 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인 상황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손상각을 진행할 경우 연체율을 낮추지만 수익성은 줄어들게 된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의 1년새 증가폭이 가장 컸다. 현대카드의 지난 3분기 대손상각비는 41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024억원)보다 38.29% 증가한 것으로, 1년새 1000억 넘게 불어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대출 자산이 늘면서 상각비가 늘어나긴 했지만, 기저효과로 인해 증가폭이 커보인 것”이라며 “여전히 업계 평균 이하로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건전성 관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롯데카드의 대손상각비가 전년(4641억원)보다 12.02% 증가한 5199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우리카드 3409억원(전년 대비 9.83% 증가) △KB국민카드 5385억원(5.63% 증가) 등도 전년보다 대손상각비 부담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하나카드와 삼성카드, 신한카드의 경우에는 전년보다 대손상각비가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카드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하나카드의 지난 3분기 대손상각비는 2374억원으로, 전년 동기(2923억원)보다 18.78% 감소했다. 카드론 등 고위험 자산이 줄어들며 전년 대비 대손상각비 규모가 감소했다는 것이 하나카드 측 설명이다.
이어 삼성카드의 3분기 대손상각비가 전년(5617억원)보다 13.26% 감소한 487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3.95% 줄어든 5697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의 대손상각비는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는 최근 5개년 내 처음으로 반기 만에 2조원 수준을 넘어서기도 했다. 2조원 규모의 대손상각비는 과거 카드업계가 한 해 동안 부담했던 금액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연간 대손상각비는 △2019년 2조4972억원 △2020년 2조3931억원 △2021년 2조3734억원 등으로 2조원대 초반 수준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2022년 들어 2조8385억원으로 소폭 오르더니, 지난 2023에는 4조3957억원으로 2배 가량 뛰기도 했다. 올해 역시 카드업계는 연간 4조 이상의 대손상각비를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카드업계의 대손상각비가 증가한 데는 카드론 등 대출상품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금리 인상에 이자비용이 증가하며 상환 금액이 늘어난 것은 물론, 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된 것이다.
아울러 신용회복, 개인회생 등을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회수 난이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건정성 관리 및 채권 비용을 위해서도 카드사 차원에서 상·매각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역시 카드론 증가세가 나날이 연간 최고 규모를 다시 쓰고 있는 만큼, 대손상각비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2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월 말(41조6870억원)보다 약 1.28% 증가한 금액으로, 역대 최다 수준이었던 8월 말(41조8310억원)보다도 0.93% 높아진 수준이다.
원론적으로는 카드론 등 대출상품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카드사들의 경우 본업에 따른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을 통해 겨우 ‘불황형 흑자’를 내고 있는 만큼, 쉽게 대출상품을 줄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신용카드학회 학회장인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연체가 많이 늘어났던 게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히고, 회수불능 채권으로 넘어가며 대손 처리하게 되는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부실했던 것들이 구체화된 부실여신이 되고, 회수마저 어렵다 보니 이러한 부실채권들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드론이 많이 늘어난 점이 이처럼 부실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론적인 해결책은 카드론을 줄여 대손상각비 부담도 줄이는 것이지만, 현재 카드업계의 경우 대출상품마저 줄이면 수익이 감소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대환대출을 통해 신규대출로 전환하게 될 경우 연체로 잡히는 것은 줄어드는 만큼, 현재로서는 대환대출 전환이 최선이라고 본다”면서 “카드사의 대손상각비는 당분간 증가 추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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