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환경 악화 대응…카드업계, 단기 차입금 규모 축소
하나카드, 3분기 단기조달비중 0%…1년새 10.62%p↓

카드업계가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를 위해 단기물 발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채권은 만기가 빨리 돌아오는 만큼 지속적으로 차환 리스크가 발생하게 되는 만큼, 조달시장의 불확실성이나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카드와 신한카드가 이러한 단기 차입금 비중을 0%대까지 줄이며 단기조달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단기조달비중은 평균 3.86%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27%)보다 3.41%p(포인트) 개선된 수준이다.
단기조달비중은 회사의 전체 차입금 중 발행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의 경우 단기조달비중이 늘어나면 차환 발행 빈도가 잦아지는 만큼, 장기적인 유동성 관리를 위해 단기물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하나카드의 단기조달비중 개선폭이 두드러졌다. 하나카드는 지난 3분기 단기조달비중을 0%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3년 3분기에는 10.62%로 10%대를 넘어섰으나, 최근 들어 단기조달을 줄여나가더니 지난 3분기에는 단기물을 완전히 정리한 것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2022년 3분기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인해 기업어음 및 전단채 등 단기조달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며 “2023년 시장정상화로 단기조달 비중을 점차 축소하고, 회사채 및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장기물 위주로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역시 단기 차입금 비중을 0%대까지 낮췄다. 신한카드의 3분기 단기조달비중은 0.39%로, 전년 동기(0.70%)보다도 0.31%포인트 가량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 2023년에는 불안정한 조달시장 상황에 따라 따라 이례적으로 1년 미만 채권 발행이 많았다”면서도 “이 채권들이 2024년 순차적으로 상환되면서 단기채가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며, 현재는 잔존만기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성하며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 카드사들 역시 단기물을 줄이며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년새 단기조달비중 개선폭을 업체별로 살펴보면 하나카드의 뒤를 이어 BC카드가 7.36%포인트 개선된 6.05%를 기록했다.
이밖에 △롯데카드 2.88%(전년 대비 6.43%포인트 개선) △우리카드 8.84%(2.71%포인트 개선) △KB국민카드 7.77%(0.92%포인트 개선) △현대카드 3.20%(0.65%포인트 개선) △신한카드 0.39%(0.31%포인트 개선) 등의 순으로 개선폭이 컸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 3분기 단기조달비중이 1.72%를 기록하며 단기조달비중 자체는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난 2023년 3분기 단기조달비중이 0%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유동성을 관리해 나가고 있었다.
카드사들은 최근 들어 단기조달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지난 2022년 2분기 10.28%까지 올랐던 8개 카드사의 단기조달비중은 같은 해 4분기 9.24%까지 떨어지더니, △2023년 1분기 8.21% △2분기 7.94% △3분기 7.27% △4분기 7.09% △2024년 1분기 5.33% 등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은 유동성 관리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1년 미만의 단기 차입금 비중을 줄이고 있다. 자금을 전적으로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카드사의 경우 전체 조달 규모에서 단기조달비중이 커질수록 만기 기간이 짧아져 단기상환이 잦아지는 만큼, 유동성 관리가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를 위해서는 자금조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단기 발행이 늘어나면 상환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만기구조를 다양화·장기화해 상환에 대한 배분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차환조달 위험 노출 방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호적인 조달환경이 지속된다면 단기조달비중이 높은 상태여도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하겠지만, 그 환경이 악화되는 경우 차환조달이 어려운 만큼 적절한 비중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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