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임기로 연임…금융권 내 이례적 결정
지난해 3분기까지 리딩뱅크 수성…대형 금융사고도 전무
올해 ‘고객 몰입’ 경영 기조 지속…질적 성장 강조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말 휘몰아친 인사 태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2+1’년 연임 관례를 깨고 2년의 임기도 부여받았다. ‘고객 몰입’ 기조를 토대로 비이자이익은 물론 글로벌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연임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정 행장 2기 체제를 맞이한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수성을 위해 수익성 강화에 고삐를 쥐어야 한다. 또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을 위한 ‘질적 성장’과 내부통제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았다.
◇지난해 국내외서 ‘리딩뱅크’ 타이틀 획득…내부통제도 이상 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자회사최고경영진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 행장에 2년 임기를 부여했다. 그룹 자회사 13개사 중 9개사의 CEO를 교체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인사다. 정 행장은 지난 2023년 2월 전임 행장의 사의 표명으로 갑작스럽게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차기 행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 검증이 이미 이뤄졌기에 안정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었다.
그는 취임 이후 ‘고객 몰입’을 기조로 영업력 강화에 주력했다. 상품가입 절차 간소화는 물론, 오프라인 인프라 강화, 비이자 부문 사업 역량 제고 등 고객 니즈에 부응하는 데 주력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9286억원의 순익을 내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했다. 이어 상반기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조원대 순익(2조535억원), 3분기 누적 기준 3조원대 순익(3조1028억원)을 올렸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연간 리딩뱅크 지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정 행장은 해외 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3분기 누적 기준 신한은행 해외법인 10곳의 당기순이익은 5659억원으로 KB국민·하나·우리 등 3개 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을 합한 것보다 더 컸다.
정 행장 지휘 아래 신한은행은 내부통제 문제에서도 자유로웠다. 지난해 횡령이나 부당대출 등 100억원이 넘는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해 9월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면서 선도적인 행보도 이어갔다.
자추위는 “정 행장은 견조한 자산 성장과 비이자이익 증대 및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시현했다”며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며 조직을 쇄신했다”고 평가했다.
◇고객 몰입 중심 영업 지속…밸류업·내부통제도 고삐
정 행장은 2기 체제에서도 수익성 강화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핵심 키워드는 역시 ‘고객 몰입’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고객솔루션그룹 내 개인솔루션부와 기업솔루션부를 통합해 ‘고객솔루션부’를 신설했다. 또 고객 관점의 프로세스·제도 개선 등 고객 편의성 혁신을 주도하는 ‘고객편의성 Tribe’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모기업인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가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주주환원율의 지표인 적정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유지하려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필수다. 기업대출의 양적 성장보다 우량 차주를 발굴해내는 질적 성장이 중요해진 셈이다.
정 행장은 올해 신년사는 물론, 최근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기업가치 밸류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잘해왔던 자산성장 중심의 영업에 더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내부통제 등 내실 다지기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관련 일회성 비용으로 은행권 순익이 갈린 만큼, 내부통제 강화는 소비자 신뢰는 물론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정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빈틈없는 내부통제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인 만큼, 올해를 내부통제 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 해로 삼고자 한다”며 “책무구조도를 바탕으로 전행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점검 커버리지를 더욱 확대해 한층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행장은 1964년생으로 덕원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비서실장, 경영기획그룹 상무를 역임하고 경영기획그룹장, 자금시장그룹장을 거쳐 2023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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