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7건·한화손보 4건 신청으로 올해 생손보 비중 1위
“노후 건강관리 수요 확대 등으로 배타적사용권 적극적 활용 예상”

보험 업계의 특허권이라고 불리는 ‘배타적사용권’이 진화하고 있다.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면 보험사는 일정 기간 특정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신상품 개발이익을 보호하고 상품 복제에 따른 무임승차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중순 흥국화재는 업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비용을 보장하는 특약을 개발해 9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삼성화재 역시 업계 최초로 선보인 비만 치료 관련 신담보 2종과 비만 관리 서비스에 대해 최장 9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얻었다.
9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은 독창성·유용성·진보성 등을 기준으로 평균 90점 이상이어야 얻을 수 있다. 이전까지는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 획득이 일반적이었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9개월 이상의 배타적사용권 효력 기간을 부여받은 보험상품의 비중은 생명보험 6.7%, 손해보험 1.6%에 불과했다.
이런 배타적사용권의 개발과 획득의 불씨가 최근 커진 상황 속에서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 손보사 중에서는 한화손해보험의 약진이 눈에 띈다. 생보사와 손보사가 올해 1월부터 이번 달까지 신청한 배타적사용권은 생보사 10건, 손보사 17건으로 총 27건을 기록했는데 이 중 삼성생명이 7건(70%), 한화손보가 4건(23.5%)의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8월 △삼성 치매보험 △삼성 다(多)모은 건강보험 △삼성 함께 가는 요양보험 등으로 각각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업계 최초로 4개월 연속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성공했다. 또 한화손보는 자체 개발한 ‘출산지원금’ 특약으로 지난달 장기손해보험 영역에서 최초로 9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에는 ‘유방암예후예측검사비 특약’으로 제3보험 영역에서 최초로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얻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치매보험, 건강보험, 요양보험, 상해보험 등과 같은 ‘제3보험’ 위주로 배타적사용권을 개발하고 획득하고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새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 하에서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CSM은 IFRS17 하 수익성 지표인데 제3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상품이 CSM 확보에 유리하며 이를 많이 확보할수록 보험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4월 이후 지금까지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한 보험상품 중 생보의 66%, 손보의 81%가 제3보험과 관련이 있다. 제3보험은 생보의 정액 보상적 특성과 손보의 실손 보상적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취급할 수 있다. 제3보험 시장 내 생·손보 점유율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생보 28.7%, 손보 71.3%로 손보가 우위에 있다. 이 차이는 배타적사용권 승인 건수에서도 두드러진다.
생보 업계 배타적사용권 승인 건수는 2017년 21건에서 2018년 7건, 2019년 9건, 2020년 6건, 2021년과 2022년 9건, 지난해 7건을 찍으며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반면 손보 업계 배타적사용권 승인 건수는 2017년 12건에서 2022년 22건으로 10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생보 업계보다 3건 많은 10건을 찍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보험 신상품 개발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보장성 담보보다 편의성·접근성이 뛰어난 특별약관이나 제도성 특약, 서비스 중심으로 현재 이뤄지고 있다. 2020년 이전에는 배타적사용권 신청 건 중 생보의 경우 30%, 손보의 경우 20%가 특약과 서비스만으로 구성된 상품이었으나 2021년 이후에는 생보와 손보 각각 57%, 32%로 그 비중이 증가했다.
이에 더해 고령화의 가속화, 노후 건강관리 관련 보장 공백 등이 최근 새롭게 조명됨에 따라 배타적사용권의 적극적인 활용이 예상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고객들의 노후 건강관리 보장 수요에 발맞춰 보장성 보험과 건강관리 서비스를 융합한 상품으로 보장 공백을 메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현행 배타적사용권 최대 효력 기간인 12개월을 부여받는 상품의 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보험 미진입 영업인 경도인지장애와 최경증치매 진단 시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맞춤형 돌봄 로봇을 제공하는 치매보험 신상품을 개발해 12개월의 효력 기간 부여를 신청한 바 있다. 효력 기간 분포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생보의 경우 3개월 112건, 6개월 27건, 9개월 5건, 12개월 1건으로 나타났으며 손보의 경우 각각 110건, 55건, 3건, 0건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신상품 판매를 위한 교육, 판매 준비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짧은 효력 기간을 부여받을 경우 당해 효력 기간의 독점 판매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보험산업에서는 타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산업과 비교해 2배 이상 긴 배타적사용권 효력 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음에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상품만이 최대 효력 기간을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타적사용권이 신상품 개발을 촉진해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면 보장 공백 해소로부터 소비자 편익이 개선될 수 있다”며 “최대 12개월의 배타적사용권 상품 판매를 위해 보험사들이 보장 공백을 겨냥하는 혁신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보험산업 또한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9월 26일 열린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현행 3~12개월로 부여하는 배타적사용권 기간을 6~18개월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배타적사용권 최대 효력 기간은 지난 2016년 4월에 12개월로 늘어났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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