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간 원통형 4695 배터리 공급…최소 8조원 규모
LG엔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 및 기술 리더십 입증 쾌거”
트럼프 재집권에 IRA 축소·폐기 우려…세제 혜택 사라지나
‘고객사 확보 박차’ LG, 수익성 제고 기반 마련…투자 지속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미국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인 리비안에 차세대 원통형 ‘4695 배터리’를 대규모 공급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르노와 메르세데스-벤츠, 포드에 이어 리비안에도 배터리를 대량 납품하게 된 것이다.
이번 대규모 수주로 LG엔솔은 대(對)미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귀환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또는 폐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두꺼운 고객층을 확보한 LG엔솔은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 현지 배터리 생산 체제를 더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LG엔솔은 LG엔솔 미국 애리조나 법인과 리비안이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공급되는 제품은 차세대 배터리로 일컬어지는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 중 4695(지름 46mm·높이 95mm) 배터리다.
LG는 향후 5년 간 리비안에 총 67GWh 규모의 4695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배터리는 리비안이 새롭게 출시할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R2’에 우선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셀 가격을 kW당 100달러로 가정할 경우, 최소 8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LG엔솔 관계자는 “리비안과의 이번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6시리즈 배터리는 향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기존 원통형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용량이 6배 이상 크고, 밀도와 출력, 공간 효율성 등 모든 면에서 대폭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에너지당 공정 횟수를 줄일 수 있어 비용·시간 등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가격 경쟁력 또한 높일 수 있다.
LG엔솔 관계자는 “차세대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가 잇따라 대규모 공급 계약 성과를 내며 제품 및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전방에서 이끌고 있다”며 “특히 이번에 공급되는 46시리즈 배터리는 LG엔솔만의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한 하이니켈 NCMA 케미스트리(소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고 강조했다.
LG엔솔은 올해 하반기 들어 잇따라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파우치형 배터리에 이어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앞서 올 7월 LG엔솔은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이다. 공급 규모는 약 39GWh에 달한다. 이는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당 계약으로 LG엔솔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차량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글로벌 3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의 주력 제품군을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지난달 초에는 벤츠 계열사를 상대로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물량은 차세대 원통형 46시리즈인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에는 포드와 총 109GWh 규모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LG엔솔은 포드에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 간 75GWh,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간 34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LG엔솔이 셀 기준으로 1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점쳤다.
르노, 벤츠, 포드에 이어 리비안과도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LG엔솔은 두꺼운 고객층을 바탕으로 향후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LG엔솔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미 현지 배터리 생산 거점 구축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전망이다.
다만 최근 ‘트럼프 리스크’라는 암초에 직면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간 IRA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배터리 세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앞서 올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IRA 전체나 일부를 폐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IRA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낮추지 않고 되레 높였다”고 지적하며, 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 백지화 등을 시사했다. 사실상 K-배터리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될 수 있는 상황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K-배터리는 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누려 왔다. 실제 LG엔솔의 올 3분기 IRA AMPC는 무려 466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LG엔솔이 획득한 연간 IRA AMPC 6768억원의 3분의 2와 맞먹는 수치다.
LG엔솔이 상당한 수준의 IRA AMPC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수년에 걸쳐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LG엔솔이 현재 건설을 완료하거나 건립을 추진 중인 미 단독 공장 및 합작 공장의 생산 능력은 총 326GWh에 달한다.
이렇듯 대규모 대미 투자를 벌여 온 LG엔솔이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IRA AMPC를 제공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큰 규모로 불어날 공산이 크다.
물론 배터리 업계는 미 대선 결과가 IRA를 일부 축소시킬 수 있다고 보면서도 완전히 폐기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IRA AMPC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당장 LG엔솔은 영업 적자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행스러운 것은 LG엔솔이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고객사를 대거 확보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는 점이다. 르노, 벤츠, 포드, 리비안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배터리를 납품하게 된 LG엔솔은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 시설 확충이 시급해졌다. LG엔솔은 현 대미 투자 기조를 이어 나가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화한다는 목표다.
LG엔솔은 미국 내 두 번째 단독 생산 공장이자, 첫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인 애리조나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리비안을 위한 배터리 공급 기지 역할을 담당할 애리조나공장은 올해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했다. 현재 기초 공사를 마치고 철골 작업이 마무리 중이다.
전기차용 46시리즈 배터리를 생산할 애리조나공장은 2026년 가동이 목표다. LG엔솔은 최첨단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적용될 애리조나공장이 북미 지역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명 LG엔솔 CEO(최고경영자) 사장은 “이번 리비안에 대한 공급 계약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인정 받은 결과”라며 “한발 앞선 안정적 공급 역량 기반으로 고객 가치를 더욱 차별화해 글로벌 시장 선점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