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윤활유’ 효자상품 으로 떴다…액침냉각유로 영역 확장

시간 입력 2024-11-11 07:00:00 시간 수정 2024-11-11 15: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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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정유4사 영업손실 1조4592억원…정유 부진 직격타
윤활유 사업 실적 선방…4분기 전망도 긍정적
윤활유 기반 ‘액침냉각유’로 사업 확장…데이터센터 수요 정조준

국내 정유 4사가 3분기 정유 업황 부진으로 인해 합산 1조4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비정유사업중 하나인 윤활유 사업은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며 버팀목 역할을 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로 평가 받는 액침냉각유 개발에 공을 들이면서 윤활유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11일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3분기 합산 1조45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3조9464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37% 급락한 수치다.

3분기 실적 부진은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 컸다. 정유 4사는 올 3분기 정유 부문에서만 1조95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이 6166억원으로 가장 컸다. 에쓰오일은 5737억원, GS칼텍스가 5002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25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정유 업황은 국제 유가 및 환율 하락과 석유 수요 회복 지연으로 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7월 80달러대를 유지했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월 들어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 9월 10일 연중 최저치인 배럴당 69.19, 65.75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도 올해 3분기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3.6달러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및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도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효과와 환율 하락과 같은 일회성 요인으로 정유부문의 적자가 확대되면서 분기 실적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직원들이 서울 마곡 TS&D 센터에서 액침냉각유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쓰오일>
에쓰오일 직원들이 서울 마곡 TS&D 센터에서 액침냉각유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쓰오일>

주력인 정유 사업부문이 부진한데 반해 윤활유 사업은 양호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3분기 정유 4사의 윤활유 사업 합산 영업이익은 4919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윤활유 부문에서 17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정유 부문 적자를 상쇄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도 각각 1538억원, 1228억원, 40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윤활유는 기계의 마찰과 마모를 감소시키고 과열 방지해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정유 사업 대비 매출 규모는 작지만,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 대외적 요인에 따른 변동이 적고 정기적인 수요가 꾸준히 발생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윤활유 시황은 4분기에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윤활유사업은 계절기 비수기에도 불구,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내수 시장 개선 기대감 등으로 3분기와 유사한 판매량을 달성하고, 스프레드 역시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업계는 윤활기유를 활용한 액침냉각유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사업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액침냉각유는 윤활기유를 원료로 냉각효율과 안정성을 높인 열관리 플루이드다. 액침냉각은 전자기기를 냉각유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기를 이용한 공랙 방식 대비 전력 효율을 30% 가량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최근 AI 서비스 확장에 따라 대규모 서버를 갖춘 데이터센터가 증가하고, 기기 발열량도 높아지면서 에너지 절감을 돕는 액침냉각 시스템이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미래 성장 산업 분야에 활용되면서 향후 높은 성장세가 예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엔무브는 지난해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기술 검증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9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액침 냉각 기술도 개발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11월 자체 액침냉각유 브랜드인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하며 열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라는 액침 냉각유 상표를 출원해 등록을 마쳤다. 

에쓰오일은 최근 인화점 섭씨 250도(℃) 이상의 고인화점 액침냉각유 ‘에쓰오일 e-쿨링 설루션’을 출시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 기술을 도입하려면 위험물안전관리법, 소방법에 따른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 인화점 250도 이상의 제품이 필요한데, 고인화점 액침냉각유를 앞세워 규제가 엄격한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수요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액침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수의 파트너사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앞으로 여러 산업에 걸쳐 열 관리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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