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료방송 사업 손실 및 지배 구조 우려로 신중한 입장
넷플릭스·디즈니와 맞서기 위한 차별화 전략도 절실
국내 방송사, 해외 OTT에 방영권 판매로 독점성 약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성사가 지연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사 합병의 키를 쥔 KT가 아직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토종 OTT의 강점인 방송사 콘텐츠 독점 공급도 차질이 우려되면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본부장은 앞서 지난 5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지니 TV 셋톱박스 4’ 간담회에서 “KT는 티빙-웨이브 합병에 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윈윈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 계획은 지난 해 말부터 논의됐고, 현재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KBS, MBC, SBS가 합병에 대한 합의안을 마련한 상태이다. 그러나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 중인 KT가 아직 명확하게 입장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본 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합병 논의가 길어지는 것은 KT의 ‘유료방송 사업’과 관련이 있다. KT는 자체 IPTV 서비스인 지니 TV와 ENA 채널을 중심으로 유료방송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할 경우, KT의 기존 채널 가입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상승 문제도 검토해 봐야 한다.
OTT 합병 이후 지분 구조와 수익 배분 문제도 고려 사항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티빙과 웨이브의 주요 주주 간 지분 비율이 조정될 수 있으며, 이는 각 주주의 의사 결정 권한과 책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티빙의 13.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T는 합병 이후 새로운 지배 구조에서 자사 지분율이 축소되거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토종 OTT간 합병법인이 출범하더라도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주요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주요 방송사들이 이미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해외 OTT에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통합 플랫폼에 해당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콘텐츠 독점은 OTT 경쟁력에 있어 핵심 사안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2024 미디어 환경변화와 생존전략’ 보고서에서 “합병 OTT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K-콘텐츠의 ‘독점성’을 확보하며 차별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축적된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통신사와 포털 등을 아우르는 주주사들과 번들링·멤버십 프로그램 등 협업을 강화하면서 밀도있는 이용자 접점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콘텐츠 독점권 확보 뿐만 아니라, 통합 OTT 주주들이 늘어나면서 의사 결정이 느려지고, 이해가 상충하는 부문도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 2023년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조율 과정에서 정책 결정이 지연되며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업로드가 늦어진 사례가 있었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OTT 시장에서 티빙과 웨이브 연합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에 맞게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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