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1‧2위 조선소 합병 마무리 수순…‘자산 75조’ 최대 규모
저가 수주에 친환경 선박까지 넘봐…내년 50% 이상 생산 목표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해도 기술력 위협 등은 한층 거세질 듯
중국 내 1, 2위 조선사가 합병을 추진하며 국내 조선업계를 맹추격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의 4배에 달하는 규모를 앞세워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넘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도 기술력에 대한 위협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 1위 국영조선사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2위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의 합병 작업은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사는 7개의 자회사를 합치는 비율까지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만들어질 신설 국영 조선사의 수주 잔량은 세계 조선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자산 규모는 4000억위안(약 75조원)으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약 17조원)의 4배 수준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1000억위원(약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공룡 조선사를 앞세워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까지 저변을 확대해 한국, 일본 등 경쟁국을 빠르게 추격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중국 조선업계는 현재 전 세계 선박의 상당수를 수주하며 독주 중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선박 수주 누계는 4976만CGT(표준선 환산톤수) 1733척으로 집계됐다. 이중 한국의 수주량이 872만CGT(점유율 18%)인 반면 중국은 3467만CGT(70%)에 달한다.
이번 합병이 국내 조선업계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미미할 것이란 의견이 대체적이다. 이미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중국 조선사들의 질적 성장이 본격화되면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기술력 위협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CSSC는 올해 들어서만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8척의 건조 계약을 따냈다. 지난 10년간 컨테이너선·벌크선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던 중국 조선업체들이 기술력을 키워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넘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놓은 국내 조선업계는 양보다 질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 저가 수주 경쟁은 피하고,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해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경우, 아직까지 중국과 격차가 뚜렷하다. 중국은 기술력 외에 신뢰도의 문제도 적지 않다”면서도 “기술력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따라오기 마련이라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크게는 자율운항선박까지 내다보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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