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 시장 잡아라”…정유업계, 친환경항공유 선점 경쟁 본격화

시간 입력 2024-09-15 09:00:00 시간 수정 2024-09-13 13: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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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국내 최초 SAF 전용 생산라인 구축
SAF 활성화 로드맵 실…2027년까지 국제선 SAF 1% 혼합 급유 의무화

SK에너지가 신규 투자한 전용 탱크 및 배관을 통해 이송한 바이오 원료로,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설비 전경. <사진제공=SK에너지>

정부가 지속가능항공유(SAF) 활성활를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정유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최근 국내 최초로 SAF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다음달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SAF는 석유 등 기존 화석 자원이 아닌 동·식물성 기름, 폐기물 가스 친환경 연료를 기반으로 생산한 항공유다. 기존 원유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어 탄소 감축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SK에너지가 이번에 갖춘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의 SAF 전용 생산라인은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석유 원료와 함께 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넣어 석유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바이오 원료 저장 탱크에 5km 길이의 전용 배관을 설치해 상시적으로 바이오 원료를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속적인 SAF 생산이 가능하다.

이번 SAF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SK에너지는 SAF 사업 확대를 위한 원료수급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안정적인 바이오 원료 확보를 위해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폐자원 기반 원료 업체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SK에너지는 구축한 SAF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내년 초부터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공급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1일 인천공항-도쿄 하네다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주 1회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지난해 7월과 12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바이오 원료 처리에 대해 각각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으며, 규제 올해 1월 바이오 원료를 국내 정유사 최초로 정유 공정에 투입했다. 지난 4월에는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CORSIA(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 인증도 국내 최초 획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일본 트레이딩 회사 마루베니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최초로 SAF 수출에 성공했다. 마루베니에 공급한 SAF는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생산됐으며 일본 ANA항공이 사용할 예정이다. GS칼텍스도 지난해 9월 인천-LA 노선 대한항공 화물기에 SAF를 급유해 실증 운항을 진행했다.

SAF 시장 규모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의 환경규제 강화로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수요는 2022년 24만 톤에서 2030년 1835만 톤으로 7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SAF 시장 규모가 2021년 약 1조원 수준에서 2028년 2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지원 확대에 따라 국내 SAF 시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7일부터 석유정제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 투입을 허용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SAF 시장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더해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SAF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 급유 의무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적사 운송량을 기준으로 1% 혼합 급유가 의무화되면 연간 약 16만톤(t)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 승용차 5만3000대에서 1년 동안 나오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항공유 수출 1위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 향후 국내 항공유와 SAF의 원스톱 공급 역량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며 “글로벌 SAF 시장 선점을 위해 범부처 역량을 결집해 정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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