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임시 주총 개최…합병안 무난히 통과
합병 회사, 아태 지역 톱10 등극…11월 1일 공식 출범
최태원 “AI 시대, 최적화된 에너지 솔루션 제공 기대”
마지막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SK “문제 없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 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을 통해 자산 105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을 출범 시키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여파로 불어닥친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구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SK E&S와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5%의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합병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이다.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이날 주총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합병에 반대 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SK이노베이션 지분은 6.2%다.
그러나 최대주주로 36.2%의 지분을 보유한 SK㈜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주가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안 찬성을 권고하며, 외국인 주주의 95%가 합병안에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SK이노베이션 뿐만 아니다. SK E&S도 이날 임시 주총을 열고,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지분율 90.0%의 최대주주 SK㈜가 찬성 표를 행사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은 무난하게 주총을 통과했다.
이번 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됨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회사는 예정대로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됐다. 합병 회사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그룹 리밸런싱 작업을 더욱 가속화하는 첨병이 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최근 리밸런싱을 통해 에너지·환경 사업 역량을 제고하고, 우량 자산을 내재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른 결실이 바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을 통해 탄생하는 초거대 에너지 기업이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AI(인공지능)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되는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 두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친다면 최적의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솔루션화 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합병 추진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올 11월 출범하는 SK의 초거대 에너지 기업은 자산 105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국영 에너지 기업까지 포함하면 아태 지역 9위에 오르게 된다. 명실상부 ‘아태 지역 톱10 에너지 기업’에 등극하는 것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을 통해 외형적 성장은 물론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개선, 시너지 기반 성장성 확보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먼저 합병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배터리 사업 역량과 SK E&S의 LNG, 재생에너지 사업을 결합해 석유에서 전기에 이르기 까지 에너지와 관련한 전 분야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특히 양사간 합병으로 경영 안정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합병 회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조8000억원으로,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개선된 재무·손익구조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빠르게 강화시킬 수 있다.
또한 양사가 추진해 온 전기화 사업은 더욱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해 왔다. SK E&S는 충전 인프라, 재생에너지, 에너지 솔루션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합병 효과도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SK는 2030년 기준 합병 회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에너지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의 토대가 될 이번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예정이다”며 “합병 완료 이후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을 적극 검토해 실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양사 합병을 위한 9부 능선까지 넘은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막판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둘지 주목하고 있다.
상법상 주주 확정 기준일에 주주 명부에 등재된 주주 중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총 전까지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에 한해 주총 결의일 부터 20일 이내에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수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천문학적인 자금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합병을 무산시킬수도 있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합병 공시에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 수 합계에 주식매수예정가격을 곱한 금액이 8000억원을 초과하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서면 합의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날 합병안에 반대 표를 던진 주식 수는 824만4399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주식매수예정가격 11만1943원을 곱하면 주식매수대금은 총 9229억원에 이른다. 합병안에 반대한 모든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SK가 매수해야 하는 금액이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더구나 SK가 합병 공시에서 밝힌 8000억원을 1200억원 넘게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대금이 8000억원을 초과해도 양사 합병이 바로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SK는 해당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입장이다.
박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주식매수대금이 8000억원을 초과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의에 “한도액(8000억원)은 과거 합병 사례를 판단해 설정한 것이다”며 “주주들께서 예상한 범위 내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금액이) 초과하면 이사회와 협의해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며 “주식매수대금이 지나치게 크면 고민이 되긴 하겠지만,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조4000억원 이상인 만큼 감당 못 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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