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국내 최초로 美 해군과 함정정비협약 체결
한화오션도 실사 마친 상태…조만간 협약 체결 할 듯
연 20조 규모…양사 미래 먹거리로 주도권 경쟁 치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양사 모두 방산 사업을 강화하면서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누가 먼저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
MSRA는 미 함정의 MRO를 위해 미국 정부가 민간 조선소와 맺는 협약이다. 미국이 운용하는 함정에 대한 MRO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MSRA를 사전에 체결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MSRA를 신청한 후, 올해 1월 시설·품질 실사를 완료했다. 지난 3월과 5월에는 각각 보안 실사와 재무 실사를 마쳤다.
이번 협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소속의 지원함 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회사는 이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 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 해군 함정 MRO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지속적으로 미국 군 당국의 신뢰를 구축해 향후 미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 특수목적선, 관공선 등으로 외연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미국 MRO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4월 말 MSRA를 신청하고 거제 사업장의 야드 실사를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 협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미국 함정 MRO 시장 뿐 아니라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군함·상선 건조 시장까지 넘볼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필리 조선소가 보유한 미국 내 최대 규모 도크는 향후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미국 함정시장 진입 시 함정 건조 및 MRO 수행을 위한 효과적 사업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 조선소 외에도 미국 현지 관련 업체를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양사가 MRO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특수선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77조9200억원에서 2029년 85조82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에 달한다.
현재 미국은 조선업의 쇠퇴로 자국 내에서 함정 MRO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부 MRO 물량을 해외 업체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해 군함 MRO 사업 현장을 확인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아시아 전역에서 미 해군 함정 수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올해 특수선 사업의 수주 목표치를 높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사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이르면 MRO 사업 실적이 올해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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