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부담 늘어난 캐피탈업계…현대캐피탈만 ‘여유만만’

시간 입력 2024-06-14 07:00:00 시간 수정 2024-06-13 17: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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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고정이하여신 증가…1년새 15%↑
충당금 부담 커진 캐피탈업계…수익성 발목
현대캐피탈, 건전성·수익성 모두 개선 성공

주요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나며 충당금도 함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 여파에 고객 채무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진 것은 물론, 부동산 호황기 캐피탈업계가 적극 진출해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뇌관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가운데 현대캐피탈의 경우 고정이하여신과 충당금이 모두 감소하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캐피탈사 5곳(현대·신한·KB·하나·우리금융캐피탈)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 총액은 1조84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5996억원) 대비 15.12% 증가한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우리금융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이 큰 폭 늘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1분기 고정이하여신은 2919억원으로, 전년(1688억원)보다 72.93% 늘었다.

이밖에 △하나캐피탈 2006억원(전년 대비 56.11% 증가) △신한캐피탈 1524억원(55.51% 증가) △KB캐피탈 4355억원(2.62% 증가) 등 오름세를 보였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 중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여신을 뜻한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고 있다. 이 가운데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분류한다.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나자 캐피탈사의 충당금 부담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1분기 주요 캐피탈사 5곳의 대손충당금은 1조7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6175억원)보다 9.77% 증가한 금액이다.

금융사들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다만 충당금은 회계상 순익 중 자금 일부로 마련되는 만큼, 충당금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캐피탈사의 건전성이 악화된 데는 급등한 금리 영향이 컸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오른 기준금리에 따라 캐피탈사들의 조달금리가 빠르게 높아졌고, 각종 금융상품의 금리 인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단기간에 고객들의 채무 상환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하며 캐피탈사들의 건전성을 끌어내린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뇌관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호황기가 이어진 지난 몇 년간 캐피탈사들은 부동산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왔다. 당시 부동산금융은 캐피탈사의 효자 수익원으로 작용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자 캐피탈사들의 부동산PF 부실 위험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고금리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4.00%) 이후 최고치다.

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환경이 빠르게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특히 국내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캐피탈업계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캐피탈사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도 현대캐피탈은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캐피탈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76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799억원)보다 2.42% 가량 되레 줄어든 수준이다.

건전성 부담이 줄어들자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현대캐피탈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378억원으로, 전년(650억원)보다 112% 가량 급증했다.

이는 타 캐피탈사와는 다른 분위기다.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4개 캐피탈사의 1분기 순이익은 21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410억원)보다 9.92% 줄어든 수준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국내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기 전인 2022년 8월, 전사에 신용위기 1단계를 선포하고, 개인 금융 부문에서 연체 가능성이 높은 무담보 순수 신용대출의 비중을 줄여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사와 한도, 금융범죄 예방, 임대차량 잔가 관리 등 리스크 관리 전반에 앞선 AI 기술을 적용했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올해 1분기 기준 총 연체율 0.94%, 30일 이상 연체율 0.91%를 기록하며 캐피탈사는 물론 카드사들보다도 낮은 연체율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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