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 인사 단행…부사장·상무 등 총 143명 승진
3040 세대 비중 확대…30대 상무 1명·40대 부사장 11명
인사 규모는 전년 대비 23.5% 축소…‘안정 기조 속 세대교체’
여성·외국인 인재도 등용…다양성·포용성 기반 경쟁력 강화
디스플레이·SDI·전기 등 전자 계열사, 기술 인재 다수 배출
삼성전자가 27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29일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매년 12월 초에 임원 인사가 이뤄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일주일 가량 앞당겨졌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사장단 인사때와 같이 ‘안정 기조 속 과감한 세대교체’로 꼽을 수 있다.
삼성은 올해 실적부진 기조를 반영, 임원 인사 규모를 지난해 대비 23.5% 줄이며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그러나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면서도 미래 성장기반 구축을 주도할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 상무 등으로 대거 발탁하며 세대교체 기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소프트웨어(SW)와 신기술 분야의 우수 인재들로 구성된 이번 인사 대상자들은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 계열사에서도 삼성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기술 인재들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29일 단행했다.
이번 임원 인사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인사로 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4명 등 총 143명이 승진했다.
다만 올해 인사 규모는 지난해 대비 큰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부사장 59명, 상무 107명, 펠로우 2명, 마스터 19명 등 총 187명을 승진시킨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 대비 40명 넘게 줄어들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최근 7년 중에서도 가장 적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삼성전자 승진자 수는 △2017년 221명 △2018년 158명 △2020년 1월 162명 △2020년 말 214명 △2021년 말 198명 △2022년 말 187명 △2023년 말 143명 등이었다.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뉴 삼성’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지정학적 갈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비록 파격적인 경영 쇄신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우수한 경영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발탁하는 인재 중용 기조는 더 강화됐다. 특히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30대 상무, 40대 부사장을 배출하며 세대교체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속 성장을 위한 리더십 기반을 확대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SW와 신기술 분야 인재를 다수 승진시켰다”며 “젊은 리더와 기술 인재 발탁을 통한 세대교체도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승진한 인사 가운데 30대 상무는 1명, 40대 부사장은 11명이다. 다만 3040 세대 비중을 크게 늘렸던 지난해(30대 상무 3명, 40대 부사장 17명)보다는 그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상무 승진자 중 최연소 인사는 손왕익 디바이스경험(DX) 부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 스마트폰개발1그룹 상무다. 올해 39세인 손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30대 상무로,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의 선행 개발을 선도해 온 하드웨어(HW) 개발 전문가다. 그간 혁신 기술 및 특허 기술을 다수 확보하며, 스마트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연소 부사장 승진자는 46세인 황인철 DX 부문 MX사업부 AI개발그룹장 부사장이다. 또한 강동구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사업부 Flash설계2팀장 부사장(47)과 김일룡 DS 부문 S.LSI사업부 제품기술팀장 부사장(49)도 40대 부사장이다. 특히 강 부사장은 플래시 제품 설계 전문가로, 세계 최고 용량 및 신뢰성을 자랑하는 8세대 V낸드 개발·사업화를 주도했다. 로직 공정 기술 전문가인 김 부사장은 설계·공정 최적화를 통해 선단 공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반도체 수율을 개선해 S.LSI 제품 경쟁력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 받아 승진했다.
또한 박태상 DX 부문 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팩토리팀장 부사장(48), 박세근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PA1팀 부사장(49), 황희돈 DS 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반도체연구소 Flash공정개발팀 부사장(49) 등도 40대에 부사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역대 최연소 승진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최연소 상무는 인도 국적의 프라나브 미스트리로 지난 2014년, 33세에 상무직에 올랐다. 현재 미스트리씨는 퇴사한 상태다. 역대 최연소 부사장은 2001년 43세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인주 전 사장이다.
삼성전자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혁신적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 인재도 다수 등용했다.
이번에 승진한 여성 인재 가운데 부사장은 정혜순 DX 부문 MX사업부 프레임워크개발팀장 부사장(48), 전신애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Synthesis TU Lead 부사장(50) 등이 대표적이다. 정 부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최적 SW 솔루션을 기획·개발하며 제품 완성도를 높인 인물이다. 특히 사용자 환경 맞춤 기능인 Good Lock 등도 개발해 제품 차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부사장은 나노 소재 합성 및 표면 제어 전문가로, 친환경 QD(퀀텀닷) 소재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QD 디스플레이 특성 개선 및 차세대 소재 합성 기술 확보에 힘써 왔다.
여성 상무 승진자는 이영아 DX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차세대UX그룹장 상무(40), 송문경 DX 부문 글로벌마케팅실 D2C센터 오퍼레이션그룹장(46) 등 6명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인재에 대한 승진도 단행했다. 글로벌 전문가들을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해 당면한 대외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인재로는 발라지 소우리라잔 DS 부문 SSIR연구소장 부사장(54), 찰리장 DX 부문 CTO 삼성리서치 6G연구팀장 상무(50) 등이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우수 기술 인재를 중용하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간 이 회장은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 2월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를 찾았을 당시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같은달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한 이 회장은 QD(퀀텀닷)-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라인을 점검하며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도전적인 자세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을 수 있도록 젊은 리더와 기술 인재 발탁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 3사도 이날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같이 젊은 리더를 다수 배출했다. 유동곤 생산기술연구소 검사설비개발팀 상무(38)가 30대 상무에 이름을 올렸다. 전진 중소형디스플레이 A개발팀 부사장(48)은 40대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아울러 QD-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 분야에서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춰 남다른 성과를 창출한 마스터를 최초로 펠로우에 선임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연령에 상관없이 성과를 내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3040 세대를 부사장, 상무 등으로 승진시켰다”며 “차별화한 제품·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한 공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SDI는 부사장 6명, 상무 15명 등 총 21명을 승진시켰다. 삼성전기에서는 부사장 2명, 상무 6명 등 총 8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한편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는 조만간 조직 개편과 함께 보직 인사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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