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2조 회복…고부가 D램 수요 급증, 메모리 바닥 확인

시간 입력 2023-10-31 18:00:00 시간 수정 2023-10-31 17: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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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영업익 2조4300억원…직전 분기 대비 258.21%↑
모바일·디스플레이 실적 견인…반도체 적자 폭도 축소
DS 부문 실적 반등 본격화…낸드 생산 하향 조정 유지
“내년 HBM 생산 능력, 올해보다 2.5배 이상 확대할 것”

반도체 한파로 줄곧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2조원이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첫 조 단위 영업익이다. 

지난 7월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Z5’ 시리즈가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호조를 보인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 매출이 확대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 고부가 D램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사업이 되살아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 4분기 AI(인공지능) 메모리 수요가 늘고, 반도체 가격 또한 상승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DS 부문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매출액이 67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6조7800억원 대비 12.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3분기 영업익은 2조43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0조8500억원과 비교해 77.6%나 급감했다.

그러나 직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됐다. 올 3분기 매출은 2분기(60조100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올 1분기와 2분기 모두 1조원을 밑돌았던 분기 영업이익도 2조원을 상회해 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 6700억원 대비 무려 258.21% 확대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 효과와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며 “반도체 사업의 적자 폭이 줄어든 것도 영업익 개선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사업부문인 DS(디바이스솔루션)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조7500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 반도체 부문 누적 적자는 12조6900억원에 달한다.

다만 4조원대 중반 적자를 기록했던 올 1분기나 2분기 보다는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주력 아이템인 메모리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DDR5, LPDDR5x 등 고부가 D램 판매량이 증가하고, 일부 제품 판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메모리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열린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최근 고객사들로부터 재고 확보와 관련해 문의가 다수 있었다”며 “생산 하향 조정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재고 수준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올 5월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스템LSI 사업부는 주요 응용처의 수요 회복 지연과 재고 조정 등으로 다소 부진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생산라인 가동률 저하 등으로 실적이 저조했으나 HPC(고성능컴퓨팅)를 중심으로 역대 최대 분기 수주를 달성했다.

DS 부문이 삼성전자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MX(모바일경험) 사업부는 실적 효자로 등극했다.

올 3분기 MX 사업부 영업익은 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2400억원 대비 6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 7월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선보인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폴드5’가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실적을 견인한 덕분이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5(왼쪽)와 갤럭시Z 플립5. <사진=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사업부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2500억원이었던 VD·가전 영업이익은 1년 새 52.0%나 치솟은 3800억원을 기록했다. Neo QLE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초대형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매출이 늘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94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98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직전 분기 대비 이익 증가에 주효했다. 대형 패널은 수율 향상, 원가 개선 등을 통해 적자 폭을 줄였다.

삼성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은 고객사의 수주 확대와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 및 카오디오 판매 확대로 올 3분기 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다.

올 4분기 IT 수요 회복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의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 열풍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HBM은 삼성 반도체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 HBM 생산 능력을 올해보다 2.5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다”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HBM3는 올 3분기 이미 8단과 12단의 양산 공급을 시작했고, 4분기에는 고객사 확대를 통해 판매를 본격화하기로 했다”며 “HBM3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내년 상반기 내 HBM 전체 판매 물량의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의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 <사진=오창영 기자>

삼성은 최근 24GB 샘플 공급을 시작한 차세대 HBM인 HBM3E도 내년 상반기 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36GB 제품은 내년 1분기에 샘플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 20일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McEnery Convention Center)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Samsung Memory Tech Day) 2023’을 열고, AI 기술 혁신을 이끌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Shinebolt)’를 공개한 바 있다.

샤인볼트는 데이터 입출력 핀 1개당 최대 9.8Gbps의 고성능을 갖춘 HBM으로, 초당 최대 1.2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는 30GB 용량의 UHD 영화 4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NCF(비전도성 접착 필름) 기술 최적화를 통해 칩 사이를 빈틈없이 채워 고단 적층을 구현했다. 열전도 또한 극대화해 열 특성을 개선한 것도 특징이다.

김 부사장은 “내년 하반기에는 HBM3E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여 날로 높아지는 AI 반도체 시장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며 “글로벌 HBM 시장 선도 업체로서 제품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력 등을 기반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메모리 업황 개선을 위해 올 4분기에도 반도체 감산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 부사장은 “메모리 재고 정상화를 구현하기 위해 추가적인 생산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며 “특히 D램 대비 낸드의 생산 하향 조정 폭은 당분간 상대적으로 더 크게 운영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도 감산이 선별적으로 이어질 것이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시설 투자 축소 현상을 감안하면 업계 내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성장률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 <사진=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플래그십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모바일 시장 외 사업 영역을 넓혀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하지 않은 견고한 사업 구조를 갖추어 나갈 계획이다.

파운드리 사업부에선 GAA(Gate-All-Around)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과 미국 테일러공장 가동을 계기로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 또 △HPC △차량 △소비자 등 다양한 응용처로 수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부의 경우 국내외 HPC 고객사로부터 로직 반도체와 HBM, 2.5D 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 주문을 포함해 다수의 패키지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내년 본격적인 양산과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MX 사업부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험 완성도를 높여 폴더블폰 시장의 우위를 더욱 강화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통해 연간 플래그십 출하량 두 자릿수 성장,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스마트폰 매출 성장 등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VD·가전 사업부는 Neo QLED, 98형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내년 개최 예정인 각종 스포츠 행사와 연계한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만은 차량 내 고객 경험을 강화해 전장 디스플레이 등 신규 분야 사업 수주를 확대키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대형 라인업 확대 및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 내 기반을 강화한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시설투자액은 1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DS 부문에 10조2000억원, 디스플레이에는 7000억원 등을 쏟아 부었다.

올해 연간 시설 투자 규모는 DS 부문 47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3조1000억원 등 약 53조7000억원에 달해 연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3기 마감, 4기 골조 투자,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용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계 최고 생산 수준의 HBM 생산 능력 확보 등 신기술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생산 능력 확대와 미 테일러공장 인프라 투자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는 IT OLED와 플렉시블 제품 대응을 위한 투자 위주로 집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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