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DDR5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D램 사업 흑자전환
세계 HBM 시장 1위 SK, 지속 선도…“내년도 생산 능력 매진”
고성능 D램 투자도 확대…낸드는 보수적 생산 기조 유지
키옥시아·WD 합병 반대 공식화… “두 업체 경영 통합, 동의 안 해”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반도체 한파’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비록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오고는 있지만, 직전 분기 대비 영업손실을 1조원 넘게 줄이면서 실적 반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가깝게는 올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1년 동안 이어온 적자터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매출액이 9조66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9829억원 대비 17.5% 감소한 수치다.
영업 적자는 지속됐다. 올 3분기 영업적자는 1조79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6605억원의 흑자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직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대폭 줄어들면서, 실적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커졌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2조8821억원이었으나 3개월 만에 1조원 넘게 적자 폭을 줄인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개선됐다. 올 2분기 39%였던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율은 3분기 20%로, 19%p 낮아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성능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이 지속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대표적인 AI(인공지능) 메모리인 HBM3, 고용량 DDR5 등 고성능 모바일 D램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전분기 대비 매출은 24%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3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은 D램 사업이 기지개를 켠 덕분이다. 올 하반기 들어 메모리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프리미엄 D램 제품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은 AI 등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 인기에 힘입어 2분기 대비 약 20% 늘었다.
특히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면서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3분기 D램 ASP는 2분기 대비 약 10% 올랐다.
D램 시장여건 개선으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 톱3 가운데 가장 먼저 D램 부문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1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D램 사업 실적이 2분기 만에 흑자전환 했다”면서 “향후 반도체 시황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적 또한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D램 사업 흑자전환의 일등공신은 바로 HBM이다. 최근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를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HBM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K하이닉스로서는 큰 호재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성능의 D램인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0%에 달한다.
HBM은 앞으로도 SK하이닉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이날 열린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5년 간 AI 반도체 시장은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HBM 수요는 연평균 8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 부사장은 “HBM 제품 수요를 보면 세대별 제품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양산, 품질, 성능 경험을 갖춘 SK하이닉스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상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HBM3 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 양산 예정인 HBM3E까지 내년도 생산 능력이 이미 솔드아웃된 상황”이라며 “2025년까지도 고객사, 파트너들과 기술 협업 및 생산 능력 확대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흑자로 돌아선 D램 업황이 AI 반도체발 훈풍을 타고 더 빠른 속도로 호전될 것으로 내다 봤다. 이를 위해, HBM과 DDR5, LPDDR5 등 고부가 주력 제품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중심으로 공정을 전환하는 한편, HBM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인 TSV(Through Silicon Via)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낸드플래시의 재고 감소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따라서 다른 사업부문과 달리 낸드 생산은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는 D램보다 재고가 많아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다”며 “지난해 4분기 생산 능력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고 전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낸드도 시황이 나아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전사 경영 실적의 개선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김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며 미래 AI 인프라의 핵심이 될 회사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 HBM, DDR5 등 글로벌 수위를 점한 제품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성능 프리미엄 메모리 1등 공급자로서의 입지 또한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 했다. 현재 키옥시아와 WD는 WD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키옥시아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와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경영을 통합하는 합병안을 놓고 최종 조율 중이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키옥시아에 간접 투자한 SK는 키옥시아와 WD의 합병에 대한 동의권을 갖고 있다. 앞서 2018년 5월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 특수목적법인(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에 약 4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키옥시아홀딩스의 지분 15%가량을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관계자는 “키옥시아에 투자한 투자 자산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당사는 해당 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의를 하지 않는 구체적인 사유와 이와 관련된 합병 진행 과정에 대한 내용은 비밀 유지 계약으로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주는 물론 투자 자산인 키옥시아를 포함해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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