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웃고, SK 울고…K-배터리 쾌속질주 속 SK온만 흑자전환 지연

시간 입력 2023-10-16 07:00:00 시간 수정 2023-10-16 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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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8월 中 제외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 LG엔솔
SK온 4위·삼성SDI 5위 안착…K-배터리 모두 ‘톱5’
LG·삼성, 올 3분기 영업익 개선 전망…SK만 ‘적자’
판매 차질 인해 수익 악화…내년께 흑자전환 가능성

‘제2의 반도체’로 급부상 중인 K-배터리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전 중인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올해 3분기 실적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K-배터리 3사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영업이익 개선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는 반면 SK온은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점쳐진다.

16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8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197.6GWh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9%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1위는 LG엔솔이 고수했다. 올 1~8월 LG엔솔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56.3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7%나 확대됐다.

LG의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3·모델Y, 폭스바겐 ID.3·ID.4, 포드 Mustang Mach-E 등 글로벌 베스트셀러 모델들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면서 K-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LG엔솔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8.5%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1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1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삼성SDI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각 4·5위를 기록했다.

SK온의 올 1~8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21.6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1% 늘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메르세데스-벤츠 EQA·EQB 등의 판매량이 견조하게 이어진 덕분이다. SK온의 시장 점유율은 10.9%였다.

삼성SDI도 BMW i4·i7·iX와 아우디 Q8 E-Tron, 리비안 R1T·R1S·EDV, 피아트 500 등이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올 1~8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0% 증가한 17.5GWh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8.9%를 기록했다.

LG를 비롯해 SK·삼성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 3사 모두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톱5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들 3사의 선전에 힘입어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 1~8월 국내 배터리 업체 3개사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48.3%에 달했다. 전 세계 전기차 2대 중 1대는 K-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이 눈에 띠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1위 LG엔솔의 실적은 시장의 기대처럼 대폭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LG엔솔의 매출액은 8조223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올 3분기 LG엔솔의 영업익은 73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1% 증가했다. 직전 분기인 2분기 4606억원과 비교해선 3000억원 가까이 확대됐다.

삼성SDI 본사. <사진=삼성SDI>
삼성SDI 본사. <사진=삼성SDI>

LG엔솔은 올 들어 3개 분기 동안 매출 25조7441억원, 영업이익 1조82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25조5986억원)과 영업이익(1조2137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북미 배터리공장 안정화와 판매량 증가가 LG엔솔의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른 2155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도 영업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SDI의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SDI의 매출액 전망치는 5조975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증가한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소폭 줄어들 조짐이다. 올 3분기 삼성SDI의 영업익 전망치는 50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감소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분기 삼성SDI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 흑자(5659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른 기저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 3분기 영업익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전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구나 삼성SDI의 올 3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삼성SDI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증권 업계는 향후 고부가 제품 비중이 늘어나면 삼성SDI의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대비 20% 정도 증가해 5500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SK온 서산공장. <사진=SK온>
SK온 서산공장. <사진=SK온>

그러나 K-배터리 3사중 SK온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 3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올 3분기 SK온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300억~1500억원대로 추산됐다.

SK온은 2021년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총 7개 분기 동안 적자를 이어 오고 있다. △2021년 4분기 -3102억원 △2022년 1분기 -2734억원 △2022년 2분기 -3267억원 △2022년 3분기 -1346억원 △2022년 4분기 -3381억원 △2023년 1분기 -3447억원 △2023년 2분기 -1315억원 등이다.

이런 와중에 올 3분기도 영업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K-배터리 3사 중 SK온만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형국이다.

SK온의 흑자전환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고객사에 대한 배터리 판매가 당초 기대치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SK온으로부터 배터리를 납품 받는 미국 포드는 올 6~7월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8월이 돼서야 공장 가동을 정상화했다. 이에 따라, 약 두달 간 배터리를 출하하지 못한 SK온의 수익성이 악화되며, 적자 폭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SK온의 주요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SK온의 영업 적자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K온의 흑자전환이 당초 전망보다 더 늦춰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IRA AMPC에 따른 세제 혜택에 힘입어 SK온이 연내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올 3분기 실적 전망을 고려할 때 턴어라운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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