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국제유가 또 ‘꿈틀’…정유업계, 고공행진 기름값 ‘비상’

시간 입력 2023-10-13 07:00:00 시간 수정 2023-10-12 17: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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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던 국제유가…이·팔 전쟁 여파로 불확실성 확대
단기적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 없을 듯…유가 하락 전환
이란·사우디 등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 폭등 우려
정유업계 유가 향방에 ‘촉각’…“현재 공급망에는 문제 없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양측 모두 산유국이 아닌 만큼 단기적으로는 원유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전선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원유 수급 차질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여파로 다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88% 하락한 배럴당 83.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분쟁 이후인 지난 9일 4.3% 급등한 86.38달러를 기록한 이후 이틀간 3.35% 하락한 수치다. WTI는 지난달 27일 93.68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찍은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 6일에는 82.7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후 지정학적 불확실성, 원유 공급 차질 우려 등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분쟁이 격화하고 있음에도 유가가 다시 하락한 배경에는 이번 충돌이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분쟁 지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요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 원유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진정된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미국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의 핵심 지도자들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에 놀랐다”고 전하면서,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간 일각에서는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해 왔지만, 이란의 전쟁 개입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원유 공급 감소 우려도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이 주변국으로 확대되면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전선이 확대될 경우 원유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이란 석유수출 제재를 시행하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량은 최대 2000만배럴로 세계 공급의 20%를 차지한다.

시장에서도 전선 확대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던 세계 원유 수급에 직격탄이 될 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재 당시 이란의 수출량이 40만 배럴 밑으로 감소했던 점을 고려해 간접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는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유업계도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단기적으로는 정유사에게  큰 호재로 작용한다. 기존에 사들인 비축분 정유 자산 가치가 올라 재고평가손익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유수급에 어려움이 커지고 고유가 구조가 장기화 될 경우,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도 함께 상승하면서 수요 심리가 위축되면서 정유업계도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원유가가 다소 진정국면으로 전환되던 상황에서, 갑작스런 돌발악재로 다시 국제 원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시중 기름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개연성도 커지고 있다. 

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주보다 리터당 6.3원 오른 1796.0원까지 치솟았다. 경유 판매가도 리터당 7.4원 오른 1700.2원을 기록해 1700원 선을 돌파했다. 주춤하던 국제 유가가 이번 전쟁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 발생 지역은 원유 생산지와도 거리가 멀어 직접적인 공급망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유가 상승이 무조건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는 만큼 향후 중동 현지 상황에 대해 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유사들은 이번 전쟁이 주변 산유국으로 확산돼 원유수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선이 확대되거나 장기화 돼 원유 공급망 구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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